[메이드 인 디지털]국내기업Ⅰ-IT·통신환경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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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 및 통신산업이 새로운 갈림길에 섰다.

 IT수출은 지난해와 같은 30%대의 성장률은 아니지만 그래도 20%대의 고성장을 구가 했다. 국내 반도체, 휴대폰, 디지털TV업체들은 해외에서 끊이지 않는 주문에 모처럼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그렇지만, 삼성과 LG의 전자 계열사와 같은 일부 대기업들만이 수혜자들이다. 또 하반기 이후 가격 하락 등의 우울한 전망도 있어 호황을 낙관할 수도 없다.

 내수 침체는 대기업에도 심각한 문제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은 가전업체, 다국적IT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소 벤처기업들은 아예 숨죽은 듯 불황이 하루빨리 걷히기만을 기다린다. 90년대 후반부터 호황을 누렸던 통신서비스사업자들도 당장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수요 포화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탈출구 모색에 여념이 없다. 통신사업자들이 미래가 불확실해 투자를 줄이면서 장비, 콘텐츠, 단말기 등 후방산업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급부상은 더 큰 위협이다. 부산ITU텔레콤에서 확인했듯이 중국 IT기업의 추격은 놀라울 정도다.

 산업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기술수준이 중국보다 3.8년 앞서지만 통신기기, 가전, 컴퓨터 등에선 불과 2.5년 이내의 근소한 기술격차를 보였다.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도 더욱 빨라졌다.

 장기 침체에 허덕였던 일본의 IT산업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완연히 회복했다.

 두 나라 사이에 낀 우리나라는 수출 호조에도 불구, 내수 침체로 인해 홀로 경쟁력이 약화한 국면이다.

 서둘러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첫째 단추는 통신서비스다. 산업 가치 사슬의 맨 꼭대기에 있는 통신서비스산업이 제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이동전화와 시내전화의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으로 반짝 단말기 특수가 일기도 했지만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번호이동성제는 되레 파급효과가 큰 신규 투자를 억제하는 데에도 일조했다. 통신사업자들이 3세대 이동통신과 휴대인터넷 등 신규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시급하다.

 둘째, 구조조정의 조기 종결이다. 후발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은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회생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 짐이 선발 사업자에게로 전가될 판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중견 휴대폰 제조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기술력과 판로가 있어도 운영 자금이 부족해 투자를 못해 멀쩡한 시장을 놓치고 있다. 한파가 다른 업체에까지 번지고 있어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기존업체든, 신규 업체든 가능하면 국내 업체를 통한 이들 기업의 인수 합병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국내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업계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 제조업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일본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능력을 제고시켜야 한다.

그 실마리는 보였다.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산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42%로 55%인 일본과의 격차를 좁혔다. 전분기엔 우리나라 36%, 일본 61%로 그 격차가 25%포인트에 달했다.

 제2의 LCD신화를 예고하는 듯하다.

휴대폰도 삼성전자가 열심히 노키아와 모토롤라를 추격, 2위 등극이 멀지 않았다. LG전자와 팬택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세계 PDP와 휴대폰 시장에서 우리 업체의 선전은 모두 R&D 투자 강화와 고가 제품 중심의 마케팅 전략의 승리로 풀이됐다. 초보적이기는 하나 세계에서 가장 먼저 유비쿼터스를 구현할 정도로 앞선 통신서비스 수준도 여기에 한몫을 했다. DMB서비스는 물론 휴대인터넷, 텔레매틱스, 홈네트워크, BCN 등의 서비스는 사실상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한다. 당연히 관련 단말기의 대외 경쟁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통신사업자의 단말기사업 확대로 인해 최근 사업자와 제조업체간의 끈끈한 연결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서비스와 제조업이 그동안 해온 것처럼 한 몸이 되다시피 해 세계 톱에 오른다는 의지를 불태워야만 이 상승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끊어진 내수와 수출의 연결고리를 새로 잇는 것도 시급하다. 국내 휴대폰업체의 기술 경쟁력은 고급 소비자가 많은 내수시장에서의 치열한 기술 경쟁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힘을 다시 한번 극대화하려면 WCDMA,DMB 등 신규 서비스의 조기 도입과 활발한 투자가 필요하다. 일단 이 서비스들을 전면에 내세운 ‘IT 839전략’을 수립한 정보통신부도 사업자들이 제 길을 갈 수 있도록 업계를 측면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

 글로벌화도 국내 IT산업계의 새 화두다. 이미 몇 걸음 앞서간 반도체, 휴대폰 등의 제조업체에 이어 통신사업자와 솔루션 및 콘텐츠 업체들이 글로벌 경영에 잇따라 동참을 선언했다.

 통신사업자들은 최근 솔루션, 콘텐츠 업체들과 공동으로 컬러링, SMS에서부터 장비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솔루션과 콘텐츠를 외국 통신사업자에게 활발히 팔고 있다. 일단 가능성을 엿봤다. 무엇보다 ‘한반도 반쪽’ 제한된 시장에 한계를 느끼는 중소 벤처기업들에겐 해외 시장 공략은 새로운 탈출구이며 기회다.

 SK텔레콤과 HP가 차세대 통신서비스 및 단말기 개발을 추진하는 것과 같이 외국 ‘선수’와의 제휴 전략도 앞으로 더욱 가시화할 전망이다.

  통신사업자들은 완전 디지털 환경으로 가는 정보통신서비스의 흐름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 모색이 활발하다. 반도체와 휴대폰, 디지털TV 등 제조업체들은 많아야 3등까지만 살아남는 세계 시장 경쟁에서 살기 위한 전략 마련에 애쓴다. IT벤처기업들도 새로운 ‘i-리버’ 신화를 만들기 위해 신발끈을 다시 맨다. 2004년 가을, 우리 IT 및 통신 산업계의 모습이다. 아직 희망은 있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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