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이냐, 엔터테인먼트냐.‘
홈네트워크업계가 딜레마에 빠졌다.킬러애플리케이션을 조기 개발하는 것이 홈네트워크 사업의 성패가 달렸지만 보안과 엔터테인먼트 중 어느 것을 택일해야 할지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KT, SKT 등 홈네트워크 업체들은 그동안 VOD, 교육, 게임 등을 유력하게 꼽았다. 가정이라는 공간을 고려해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하고 교육적 효과가 있는 서비스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에 홈쇼핑, TV커머스 등도 중요한 킬러애플리케이션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최근 조사한 홈네트워크 이용자 요구 조사결과는 의외였다. 홈 제어, 가정보안 등의 서비스 요구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특히 홈네트워크 시장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는 여성들이 홈 제어, 가정보안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가 높았다.일정한 경제력을 갖춘 40대 이상의 고객들은 무려 88%나 가정보안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는 이런 조사 결과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 정말 킬러애플리케이션이 방송이나,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아니라 가정보안이 된다면 현재 추진중인 전략 대부분이 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체는 킬러애플리케이션이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올 것으로 판단, VOD서비스,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 준비에 나서고 있다. 방송사, 영화사 등과 콘텐츠 수급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업계의 반응과 입장도 양분된다.
한 쪽은 소비자들이 홈네트워크 서비스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판단의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아직 미흡다는 분석이 깔려였다. 홈네트워크 서비스가 흔히 얘기되는 양방향 원격제어, 원격감시 기기나 비디오폰 정도일 걸로 지레 짐작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홈네트워크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인식이 이뤄지면 엔터테인먼트, 교육, T커머스 형태로 소비자들의 선호가 서서히 전환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희망섞인 기대다.
또 다른 쪽은 소비자의 요구가 곧 킬러애플리케이션이라는 생각이다. T커머스, 교육, 엔터테인먼트는 그 쪽 방면에 연구를 거듭한 연구자들이 만들어낸 환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위치정보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의해 단속카메라를 피하는 데 주로 이용되는 것처럼, 초기 킬러애플리케이션은 가정보안 쪽에서 올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업계는 두 가지 입장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업계가 선택하고 있는 것은 양동작전이다. 초기에는 가정보안이, 후기에는 엔터테인먼트가 킬러앱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절충안의 결과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해 집중하는 것보다 자금부담은 크지만 위험을 분산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킬러애플리케이션에 대한 방향 설정에 따라 초기 투자는 물론 소요자금, 마케팅 전략이 바뀔 수밖에 없다”며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지만 당분간은 위험부담을 최소화시키는 차선책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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