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은 최고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선수들의 각축전이다. 이 무대에 출전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수많은 선수들은 수년 동안 힘들여 기량을 갈고 닦지만 정작 올림픽에서 1, 2위를 차지한 선수들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실전에서 활약할 수 있는 사소한 능력의 차이가 곧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는 IT산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현재 ‘유비쿼터스’와 ‘디지털 컨버전스’ 등 신 시장이 열리면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연료전지, 로봇, 디지털가전, 콘텐츠 등 7대 신산업 창조전략을 발표했고, 중국은 기술정책의 화두를 ‘추격에서 뛰어넘기’로 설정하고, 향후 5∼10년간 정보통신, 바이오, 교통, 에너지 등 4개 산업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정부 R&D예산을 증액해 IT, BT, NT 등 첨단기술 개발에 집중투자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도 경쟁력 있고 역동적인 지식기반경제를 이룩하겠다는 비전 하에 EU프레임워크프로그램을 추진중이다. 우리나라 역시 IT선진국 도약을 목표로 휴대인터넷 등 8대 신규 서비스, 광대역 통신망 등 3대 인프라, 임베디드 SW 등 9대 신성장 동력을 집중 육성하는 IT839 전략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IT 신산업을 장악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육성하고 있는 신기술의 우열은 올림픽 선수의 그것마냥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종이 한 장의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쟁력이다. 그것은 개발기술을 상용화, 제품화하기까지 어느 국가가 보다 효율적인 환경을 만드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기초기술 및 원천기술이 취약한 것도 문제지만, 기업과 연구기관이 천신만고 끝에 세계적인 핵심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상용화에 이르기까지의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기술이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시장을 만들어줘야 할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이 국산기술을 외면하는 경우도 빈번해 국내 R&D 관계자들은 R&D 상용화 단계를 ‘죽음의 계곡’이라 부를 정도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기술 상업화율은 고작 1% 정도로 7%대에 이르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고, 정부의 R&D지원제도 역시 연구개발단계에 편향돼, 상용화 및 시장진출 단계에 대한 지원과 제반여건이 매우 취약하다. 미국 기업의 경우 제품 및 공정개발 R&D투자에 드는 비용이 원천기술의 R&D 단계에 비해 약 4.4배, 상용화 단계에서는 제품 및 공정개발 R&D투자의 약 2.5배가 투입될 정도로 기술 상용화 과정에서 가장 많은 비용과 인력이 소요된다.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기술일지라도 상용화 과정에서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장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R&D 투자가 선진기업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내기업의 여건을 감안할 때 기술 상용화에 따르는 위험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여줄 수 있는 법·제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이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신기술을 중심으로 초기 시장을 창출해주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은 자국의 원천기술이 조기에 상용화할 수 있도록 초기 시장 창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산기술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일부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외국기술을 들여다가 시장을 독점, 국산기술이 설 자리를 잃는 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국산기술이 제 아무리 훌륭해도 이를 써주는 시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지 않은가. 외국기술이든, 국산기술이든 시장에서 경쟁적 구도를 형성해 좀 더 나은 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도록 공정한 룰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기반경제에서 ‘기술 혁신’의 진정한 의미는 원천기술의 개발에서부터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기업이나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제반활동을 말한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기술혁신을 통해 IT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의 초기단계에서 원천기술 확보, 표준선점, 특허기술 확보 등의 과제도 중요하지만 기술의 사후관리, 즉 확보한 원천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제반 여건을 보다 선진화·효율화하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김광호 포스데이타 사장 kh5555@pos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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