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서정욱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 이사장(8)

(8)"대도시용 교환기로 개발영역 확대"

TDX사업관리는 연구개발·생산·설치·운용 등 교환기 순기(循期)에 걸쳐 요구성능을 실현·유지하고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고도의 지식과 경영을 필요로 하는 과업이다. 그러므로 외국교환기의 면허생산만 해 온 국내업체엔 감당하기 어려운 과업이었다.

TDX를 상용화하려면 연구개발 못지 않게 품질보증을 중시해야 한다. 품질보증단이 전화국설계, 시설공사, 시험검사 등에 품질보증규정을 적용하려고 하니 반발이 심했다. 또한 외국교환기는 면제해달라는 진정도 있었다. 사사건건 저항에 직면했다. 순순히 쉽게 될 일이면 내게 맡겼겠는가. 초지일관 하기로 나는 결심했다.

후진국이 교환기를 개발하려고 한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 인도와 브라질이 앞서 도전했지만 상용화하지 못했다. 연구개발은 했지만 상용화할 수 있는 시스템 통합전문가나 사업관리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농어촌용이라고 만만히 본 연구소는 의욕은 있었는지 모르지만 사업을 끌고 갈 관리능력은 없었다. 간부들 각서를 받아놓고 국책사업으로 추진했지만 그래도 미심쩍어 자문을 구한 체신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1984년 4월 9600회선 용량 시범인증기(TDX-1X) 1200회선을 서대전 전화국에 설치했다. 양산에 앞서 가입자의 평가를 받는 절차인데 사실은 협상중인 AXE-10 가격을 내리기 위한 전략이었다.

나는 TDX-1X를 사업관리기법을 교육하는 반면교사로 활용했다. 그때까지 없었던 운용자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하드웨어 향상 및 소프트웨어 버전 관리를 요구하며, 교환기-운용자 인터페이스에 텔레타이프 단말을 PC로 대체하라고 하니 연구소와 업체들은 몹시 힘들어했다. 특히 과금기능을 검증하는데 완벽을 기했다.

TDX사업에 무심한 KTA를 끌어들이려면 시설계획에 TDX물량을 반영해야 했다. “당신들은 과금도 안 되는 M10CN을 설치하고 있지 않은가, TDX는 과금기능이 완벽하다. 문제가 생겨도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설득했다. 결국 19만회선 물량을 확보했다. 당시는 농어촌 한 지역에 수천회선 정도 TDX를 설치하고 흐지부지할 수도 있었다. TDX때문에 교환기 가격이 내려가 비싼 도입교환기 가격이 정치문제화가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관료도 있었다.

시범인증기(TDX-1X)에 이어 86년 3월에 9600회선 용량 시험생산기(TDX-1)를 전곡·가평·무주·고령에 6000회선씩 2만4000회선을 설치해 상용시험에 들어갔다. 한편 사업단은 TDX가 농어촌용이지만 용량을 증대하여 중소도시에 진출하고 대도시용 TDX-10을 개발하기로 중지를 모으고 있었다.

사업단은 또한 KTA로 하여금 연구개발 사업관리기법을 정착시켜 용역사업의 관리능력을 갖췄다. 기술도입의 경우에도 시험평가 및 품질보증제도를 적용하며, 접지공법(接地工法) 등 공사규격을 전자교환기 운용에 맞도록 했다.

연구소는 운용자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연구개발 활동 및 결과를 사실대로 기록하고 보존하도록 했다. 생산업체들은 면허생산에 안주하거나 연구소에 의존하지 말고, 32비트 프로세서로 격상한 TDX-1B를 역할을 분담 개발함으로써 장차 TDX-10 개발에 대비하도록 했다.

juseo@kit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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