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스팸 규제` 부작용도 감안을

 정부가 스팸 메일을 줄이기 위해 e메일 통신 경로를 통제하는 극단조치를 검토중이라고 한다. 정보통신부가 웹 메일 서버로, 스팸 전송의 주요 경로가 되고 있는 ‘포트25’를 아예 차단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하고 현재 주요 ISP와 논의중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스팸메일 수신량 50% 감소’를 목표로 법·제도 정비는 물론 불건전정보 차단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는 등 스팸 메일 줄이기에 나섰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방안은 스팸을 원천적으로 뿌리뽑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스팸메일이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갈수록 그 폐해가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네티즌이라면 누구나 매일 수십 통씩 쏟아지는 스팸메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직장인들은 스팸메일을 지우느라 귀중한 시간을 허비해야 하고, 기업들은 스팸메일 차단 프로그램 설치와 통신망 확충에 많은 돈을 써야 한다. 더구나 낯 뜨거운 음란 스팸메일을 접할 때면 청소년들이 입게 될 정서적인 해악과, 성범죄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돈으로 따지기도 어렵다. 뿐만 아니라 각종 바이러스를 첨부한 스팸 때문에 컴퓨터가 도미노식으로 감염되는 일이 허다한 것은 스팸 폐해가 단순히 생산성 저하만의 문제가 아님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엔 당국의 단속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발송지 추적이 어려운 해외에 서버를 두거나 남의 서버를 도용해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가하는 신종기법들까지 판을 치고 있다는 소식이고 보면 지금과 같은 규제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스팸 전송의 주요 경로 차단을 검토하는 것은 이해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포트25가 ‘아웃룩 익스프레스’ 등을 이용하는 메일 클라이언트와 서버 간 연결하는 통로여서 이의 통제는 정상적인 메일 업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물론 정부가 포트25 통제를 검토하게 된 것은 또 다른 메일 통로인 포트80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판단대로 포트25를 차단한다고 해서 메일 수신이 불가능해지는 사용자는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포트25를 막더라도 꼭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별도의 조치를 마련해놓아야 하는데 이 작업에 투입되는 노력이나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만큼 포트25 통제로 메일 수신이 어려워질 수 있는 인터넷 가입자 규모와 통제로 얻을 수 있는 효과 등을 사전에 따져봐야 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이런 조사와 대책을 세우지 않고 포트25 통제 조치를 취할 경우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네티즌으로부터 거센 불만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인구가 3000만명을 넘어서면서 e메일은 이제 새로운 연락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스팸을 없애기 위해 e메일을 못하게 해서는 안된다. 현존하는 기술로는 스팸 메일을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스팸메일 길목을 지킬 수 있는 통신업체와 인터넷업체들이 책임감을 갖고 건강한 사이버 문화 정립에 앞장서고, 여기에 네티즌의 자발적인 정화노력이 가미될 때 스팸메일은 사라질 것으로 본다. 자율정화와 기술적 통제로도 스팸메일을 막을 수 없다면 결국 경제논리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스팸메일 발신자들에게 돈을 지불하도록 전자우표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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