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FTA 어디까지 왔나](상)FTA는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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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지난 2월 한·칠레 FTA 비준안 통과를 계기로 일본·싱가포르·뉴질랜드·아세안·멕시코 등 세계 각국과 FTA 체결을 추진중이다. 특히 일본과는 내년 말 타결, 2006년 시행을 목표로 일정을 추진해 23일 경주현대호텔에서 5차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그동안 전개돼 온 과정과 앞으로 협상을 추진하면서 풀어야 할 쟁점 등을 중심으로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일 FTA협상은 지난 한·칠레 FTA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한·칠레 FTA의 쟁점이 농수산물이었다면 한·일FTA는 전자·IT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계 일각에서는 일본과의 FTA 추진시 경쟁력 상실을 주장하고 있고 역사·문화적 갈등(독도 문제 등)으로 인해 한·일 FTA 협상의 조기타결이 어려운 측면도 상존하고 있다. 또 민간부문에서는 한·일 FTA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준비도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한·일 FTA에 대한 업계의 무관심과 낮은 인지도는 협상추진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떻게 추진돼 왔나=양국간 FTA협상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10월 태국 방콕에서 양국정상이 정부간 FTA 교섭을 시작하기로 합의한 이후다.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열린 1차 협상에서는 △상품무역 △비관세조치 △서비스/투자 △상호인정(MR) △경제협력 △기타무역의제(정보조달·지재권·경쟁) △분쟁해결 등 7개 분과를 설치키로 합의하고 이후 2개월 간격으로 협상을 개최키로 했다. 도쿄에서 열린 2차 협상(2월)에서는 양측의 협상분야별 기본입장을 교환했다. 서울과 도쿄에서 번갈아 열린 3, 4차협상에서 우리 측은 △정부조달 △비관세조치 △SPS △상호인정 △인력이동(비자 면제협정체결 포함) △경제협력 등을 일본측에 제시했다. 23일 경주에서 열린 5차 협상에서는 △비관세조치 △상호인정(MR) △정부조달 분야 등 우리 업계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중점을 두고 협상을 진행중이다.

 ◇한·일 FTA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한·일 FTA가 이뤄지면 국내 산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는 분야는 가전과 전자부품·소재 분야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본을 포함한 외국산 가전제품에 대해 수입가의 8%를 관세로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한·일 FTA가 체결되면 그동안 고가품으로 인식돼 온 일본 가전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이전보다 더 높아진다. 일본산 캠코더·디지털카메라 등이 국내에서 이미 친숙한 브랜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된 상황이고 보면 한·일 FTA 체결 이후 국내 가전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메가톤급 폭풍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대일무역 역조 현상도 문제다. 기존의 고체촬상소자(CCD)·멀티칩패키지 등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캠코더용 핵심부품에 이어 가전·IT 제품도 관세없이 자유롭게 한국 시장에서 활개를 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쟁점은=일단 가장 큰 쟁점은 양국간 관세 양허 부분이다. 우리나라가 기술력이나 브랜드 인지도면에서 일본에 비해 열위에 있는 만큼 관세 철폐 시기가 이르면 이를수록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공업국 품목과와 관련 협회 등을 통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 최종 조정안을 도출해 5차 협상에 앞서 일본 측에 제시했다. 또 품목별 원산지 규정안도 마련, 협상 테이블에 임하기로 했다.

 김중환 한국계측기기연구조합 전무는 “일본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제품이 JIS 등 일본규격에 맞지 않으면 진입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상호인정 문제를 원활하게 전개해 우리나라가 정한 일정 조건을 갖춘 제품도 일본에서 승인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기영 산자부 FTA 팀장은 “업계에서도 단순이 ‘조기 관세 철폐시 경쟁이 치열해지고 공급과잉이 심화될 것’이라는 호소논리로는 설득력이 없기 때문에 일본 측을 설득하고 반박할 수 있는 상세한 품목별 참고자료와 한·일 FTA에 반영할 수 있는 일본과의 산업·기술 협력 방안 등의 자료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etnews.co.kr

사진; 사진; 한·일 FTA 체결에 따른 국내 전자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사진은 23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경주현대호텔에서 열린 한·일 FTA 5차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는 양국 대표들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