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를 타고 컴퓨팅 업체들의 금융지원(벤더 파이낸싱) 프로그램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드웨어 단품 구매에 주로 적용됐던 것에서 나아가 소프트웨어 분야나 전체 프로젝트 단위로 규모가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파이낸싱 프로그램이 도입되는 추세다. 특히 유틸리티 컴퓨팅 개념이나 IT 아웃소싱 시장 같은 새로운 서비스와 맞물려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잘 구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HP나 한국IBM 외에도 한국EMC, 한국오라클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대표 기업들이 올해 들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영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리스 회사의 매출을 제외한 컴퓨팅 업체의 금융지원 규모가 약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매년 20% 이상 고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초기투자비 절감·세금감면 효과 주목=금융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장비 구매에 드는 초기 부담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체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금융 프로그램은 ‘금융리스’와 ‘운영 리스’로 구분된다. 금융리스는 일종의 ‘할부 판매’로 할부 금액을 모두 납부한 뒤에는 소유권이 고객사로 이전된다. 이에 비해 운영 리스는 일종의 ‘렌털’ 개념으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금액은 구매비용이 아닌 사용료 개념이다. 운영 리스 계약기간이 끝난 후 장비에 대한 소유권은 별도의 옵션을 통해 선택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다. 최근 기업들의 금융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운영 리스로 집중되고 있다. 운영 리스는 사용료 개념이다 보니 비용으로 처리되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산으로 잡히지 않아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정재용 한국오라클 고객금융지원본부장은 “칩이나 사용자 수 기준으로 부과되는 SW 라이선스료만 해도 분할 납부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부담금이 현격히 낮아진다”며 “SW에서 리스 개념은 생소하지만 요즘 같은 경기 상황에선 고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HP 단일 기업 5000억원 규모=한국HP가 제공하는 ‘HP파이낸셜서비스’는 지난 2002년 컴팩 파이낸셜서비스와 HP테크놀러지서비스가 통합된 것이다. 기존 공공기관 및 대기업 위주의 고객 기반을 다변화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중견·중소기업 대상의 다양한 서비스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으며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틸리티 컴퓨팅 서비스 확산에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HP파이낸셜서비스의 계약액은 3억달러 규모로 HP 아시아 전체 계약액 중 35% 정도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HP파이낸셜서비스 책임자 우승완 상무는 “프로그램 수혜 범위가 HP 제품을 포함한 타사 제품까지인 데다 초기 투자비에 대한 부담이 높은 요즘 같은 경기 상황에서 업체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며 “올해만 계약액 기준 3억5000만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털 아웃소싱과 맞물린 IBM의 프로그램=한국IBM은 계약액 액수를 정확히 밝히고 있지 않지만 토털 아웃소싱 사업에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라는 측면에서 한국HP의 규모에 근접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이미 최근 완료한 일진, 태평양, 대한항공 등 굵직한 아웃소싱 프로젝트에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적용됐다. 현재 한국IBM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고객 수는 250여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윤석규 한국IBM 실장은 “정확한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 계약액 기준 전년 대비 20∼30% 가까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IBM은 특히 메인프레임 고비용 구조를 부담스러워하는 금융권을 집중 대상으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을 포함해 고객이 지급해야 하는 비용을 연간 단위로 책정해 지급하는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서비스’나 온 디맨드 서비스에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만큼 이 시장과 함께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EMC 한국오라클도 가세=스토리지 전문 기업인 한국EMC와 소프트웨어 기업인 한국오라클도 올해들어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본격화한다. 한국EMC는 경기위축 때문에 장비 교체나 구매를 부담스러워하는 기존 대기업과 경쟁사 수요처에 대한 윈백(win back) 전략으로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으며 올해 40여개 기업을 확보, 올해가 EMC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전환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 소프트웨어 업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한 한국오라클도 현재 10개 미만의 고객사가 올해를 지나며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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