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대북사업과 민족애

최근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7월 초 김일성 주석의 10주기 조문파동에서 비롯된 교착상태는 1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북 애니메이션사업을 하는 필자에게도 그 불똥이 튀어서 7월 중순 방북계획이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 당국자는 남북관계의 진전은 ‘불가역적인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것은 뭐니 뭐니 해도 근년에 이르러 더욱 높아진 북한경제의 남한 의존도 때문일 것이다.

 남북 교역액은 작년 말 현재 7억2400만달러에 달해 남북정상회담 전 해인 1999년보다 배로 늘어났다. 남한은 북중 교역액 10억2000만달러를 바짝 추격하는 북한의 두 번째 교역상대로 자리를 굳혔다. 대북지원 규모 면에서는 남한이 1위를 차지한다. 국제사회가 2002년 북한에 지원한 3억9000만달러 중 남한은 그 3분의 1에 해당하는 1억3000만달러를 지원했다. 이런 현실 상황을 인식한 탓인지는 몰라도 남북 간 냉각기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과거와 달리 대남 교류 확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은 공식 대남경제교류창구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를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로 곧 격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련은 그동안 내각의 무역성 산하기구였는데, 민경협으로 명칭이 변경되면 내각 직속기구가 돼 장관급 또는 차관급 위원장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가장 활발한 대남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민경련 중국 단둥대표부 대표가 전성근에서 민경련 부회장인 오광식으로 전격 교체됐다. 민경련의 위상 강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과 관련된 일련의 조치로 여겨져 주목된다.

 하지만 남북협력의 장밋빛 전망에 대응하는 우리 기업의 현주소는 어떤가. 불행하게도 대북사업에 임하는 민간업체들의 실적은 최하 점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 승인을 받은 남북경제협력사업 28건 중에서 7개 사업이 사실상 중단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적극적으로 지속 추진되고 있는 사업은 7건, 현상 유지사업은 13건이며, 투자대비 수익을 내는 사업은 IT협력사업 1건뿐이다. 이처럼 경제협력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북한의 인프라 부족과 방북한 우리 사업자에 대한 북한 측의 비협조적 자세, 사업자 자금력과 대북 협상력 부족 등 때문이라고 한다.

 사업을 저해하는 북한 측 요인은 논외로 하고 남한 측 요인인 협상력 부족에 대해서 한 마디 하고자 한다. 협상력 부족은 다른 자본주의 국가 기업들과의 정상적인 거래처럼 대북사업을 대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대북사업은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선 영리를 추구하는 단순한 경제논리와 안목으로 풀어갈 문제가 아니다. 60년이 다 되는 긴 세월 동안 전쟁과 반목을 일삼아온 당사자들이 사업동반자로 손잡았다고 해서 과거사를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 아직도 남북협력을 운운하는 그 이면에는 여전히 적대 정책의 비수가 숨어 있다. 대북사업자가 그 영향권 아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대북사업자라면 과거사에 직접적인 원인을 둔 사업상의 불편을 어느 정도 감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대북사업 자체가 그런 과거사의 불편을 해소하는 장기적인 과정의 하나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대북사업은 민족애에 바탕하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들다. 사업상의 목표 외에 민족 번영이라는 목표를 하나 더 마음속에 간직해야만 과거사로 인한 상호 불신의 벽을 넘어 기업 번영의 꿈을 달성할 수 있다. 대북협상의 기본정신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직후 남한의 IT 벤처 기업가들이 대거 남북교류에 나선 적이 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은 고작 2∼3개 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썰물이 되어 빠져 나갔다. 개성공단 개발 등 남북경협의 새 역사를 앞두고 이런 우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를 고대한다.

 <이정 민족네트워크 사장 4le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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