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채무상환 요구에 주식·채권시장 냉각
중소 벤처기업들이 꽉 막힌 자금줄로 흑자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불황으로 허덕이고 있는 판에 △은행권의 강력한 채무 상환 요구와 여신중단 △주식시장 등록심사 요건 강화와 공모시장 냉각 △발행 회사채에 대한 인수처 부재 등 3중, 4중의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텔슨전자의 예에서 보듯 이대로 가다간 어지간한 중소 벤처기업들은 기술과 판로가 있어도 금융에 목이 조인 채 쓰러질 수밖에 없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10일 “IMF 이전과 비교, 은행들의 기업에 대한 대출은 절반으로 줄고 가계 대출은 2배 가량 늘어나는 등 은행권의 기업 목조르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지난주 조흥은행을 비롯한 몇몇 시중은행들은 IT기업에 대한 여신을 중단키로 했다. 기업의 신규 대출은 중단하고 빌려줬던 자금은 이른 시일내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신규 사업 확장을 위해 돈을 빌렸지만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에는 저승사자의 목소리와 다름없다. 일부 기업은 흑자가 나고 있는 가운데도 은행권의 만기 자금 요구에 도산하기도 했다.
주식을 이용한 담보확보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최근 코스닥 등록 3개사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는 B그룹은 보유주식 전량을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잡혔다가 전량을 반대매매 당했다. 이 회사 고위관계자는 “중국시장에서 CDMA 무선데이터카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회사 영업은 괜찮았지만 시설투자 등 초기자금 대출에 호의적이던 은행권이 무차별적인 회수에 들어가면서 자금난을 겪게 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대출금 상환을 위해 사채시장을 찾아 발행주식 전량을 담보로 제공하고 자금을 조달했지만, 주식시장의 붕괴로 담보 가치가 하락했고 사채업자가 이를 전량 처분했다”고 밝혔다.
코스닥시장의 붕괴에 따른 중소기업의 유상증자도 사실상 끊겼다. 또 코스닥기업의 올 7월까지 회사채 발행은 총 1669억원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은행권의 중소 벤처기업에 대한 압력이 가중되면서 이는 곧바로 해당 업체의 부도 및 증권시장 약세로 연결되고 있다.
벤처캐피털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 벤처기업들이 3대 자금조달 창구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 △채권시장 △은행권 등에서 모두 홀대를 받으면서 연쇄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금융권도 대기업 위주의 안정적 대출처 찾기에는 혈안이 돼 있지만 중소기업들에게는 과도한 담보를 요구하는 예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옥석 가리기’를 통해서라도 우량 중소·벤처기업이 회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는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