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분석가 팻 월라벤스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라는 제목으로 고객들에게 보낸 최근 메모보다 지난 주 실리콘밸리업계 분위기를 더 잘 요약한 것은 없다. 이는 10여개 이상의 하이테크업체들이 지난 2주 동안 수익 목표 달성이 어렵거나 이미 실패했다고 경고한 뒤 실리콘 밸리에 퍼지고 있는 분위기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이 하이테크 회복으로 가는 길의 마지막 정점인지, 아니면 하강기인지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이코노미닷컴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집단적인 심리상태가 매우 취약하다”면서 “너무 낙관적이었다고 다시 발목을 잡히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은 이 실적 경고가 이어지면서 지난 2주 동안 나스닥을 6% 떨어뜨려 지난 23일 1883.15로 장을 마감시켰다. SV150지수도 같은 기간 7% 하락해 편입종목 주식들의 가치를 8730억 달러로, 936억 달러나 끌어내렸다.
실적에 대한 경고 퍼레이드는 지난 6월 분기가 끝난 직후인 7월 초 시작됐다. 대부분의 발표는 피플소프트, 베리타스, 시벨시스템스, 컴퓨터어소시에이츠 등 SW 업계에 몰려 있었다. 이들 실적 경고는 더욱 확산돼 계약 제조업체 자블리서키트, 휴대폰 메이커 노키아 등 하드웨어(HW) 업체로 번졌다. 그리고 곧이어 메릴린치가 반도체 산업이 절정에 달했다고 분석, 발표했다.
이에 따라 분석가들이 냉담해지면서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고, 컨퍼런스 콜을 통해 하이테크 업체 중역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인텔, AMD 등 일부 업체들이 좋은 실적을 보일 때조차도 침울한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부정적인 면에 초점이 맞춰졌다.
◆‘바뀐 게 뭐야’=샌포드 번스타인의 아담 파커 분석가는 지난 20일 인텔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중역들에게 지난 한달 동안 재고가 왜 그렇게 많이 증가했는지를 되풀이해서 물었다. 인텔 앤디 브라이언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텔이 잘 하고 있으며 재고량은 새로운 제조공정 때문에 증가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브라이언트 CFO조차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경기회복이 진행되면서 지난 해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불가피하게 하락하더라도 하반기에는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하나의 이론은 경기에 대한 책임 전가다. 다시 말해 유가가 여전히 높고 이라크전 상황이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금리는 상승 조짐을 보이고, 고용사정도 예상에 못 미치는 데다 제품 구매에 대한 세제혜택도 끝나려 한다는 것이다.
비글리서치그룹의 데니스 폼브라이언트 경영 파트너는 현 경제는 사람들이 생각했던 만큼 강세가 아니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기는 싫지만 ‘벌거숭이 임금님’이나 마찬가지였다”면서 “경제가 안정이 안돼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불확실성이 계속 지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대가 무너져=기대가 무너졌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기업 매출이 급증하면서 일부 중역들과 분석가들이 과도한 흥분과 낙관을 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의 하이테크 지출을 조사한 가트너 마틴 레이놀즈 분석가는 “지난 몇 달 동안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면서 “하이테크 지출이 계속해서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코니 박 기자 cony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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