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1904∼1989) 하면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은 그의 독특한 콧수염과 함께 녹아내리는 시계의 그림을 떠올릴 것이다. 요즘 국내에서도 스페인 국적의 이 천재화가 탄생 100주년 기념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현실을 초월한, 말 그대로 초현실주의 회화의 대가인 그는 인간의 내면세계와 성적 욕망을 표현해 온 인물로 꼽힌다. 그에게는 편집증을 가장한 천재성과 광기로 무의식 상태를 묘사한 화가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보통사람들의 감각으로는 달리의 그림에서 보이는 ‘늘어져 녹아내리는 듯한’ 모양의 시계를 볼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육안으로는 느껴지지 않는 그 어떤 것을 느껴보고 싶어 환각제 등을 사용한 것 같다.
1943년에 우연히 발견됐다는 환각물질 LSD는 예술가들이 애용했다.
화가들은 복용 후 환각상태에서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초현실적인 모습을 경험하기 위해, 음악가나 시인들은 초현실적 영감을 얻기 위해서 사용하는 물질이었다. 한방울만 먹어도 10시간 가까이 지속되며 그동안 모든 사물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알려졌다. 물론 이들은 뇌를 파괴하는 부작용을 감수해야만 했다.
사람들이 이러한 초감각적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감각기관의 변형·왜곡 효과를 통해 평범한 삶으로부터의 일탈을 느껴보려는, 내재된 본능 때문일지도 모른다.
최근 일본에서는 유전자의 활동상태를 조사하는 DNA칩을 이용해 ‘생체시계’가 느끼는 시간을 정확히 파악하는 기술이 개발됐다고 한다.
연구팀은 쥐를 이용해 시간표시유전자를 찾아냈고 정상적인 쥐는 체내시간과 실제시간이 1∼2시간 이내의 오차범위 내에서 정확히 측정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이 유전자의 발견 성과를 실용화하게 되면 불면증과 우울증 등 체내시계의 리듬이 무너져 생기는 각종 질병의 치료와 예방법 개발이 가능하게 되리란 전망이다.
어느 유전자가 체내시간표시 유전자의 리듬을 어긋나게 하는지를 규명해 이를 활용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생체시계의 비밀을 밝혀낸 과학자들이 달리처럼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녹아내리는 시계를 볼 수 있었던 천재들의 초월적 감각의 비밀을 풀 열쇠도 조만간 밝혀내 주길 기대해 본다.
이재구 경제과학부장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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