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차세대 성장동력 프로젝트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국가 R&D과제 조사·분석·평가’ 결과에서 낙제점을 받아 충격과 함께 평가 잣대의 신뢰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과위의 평가에 따르면, 과기·산자·정통부 3개 부처가 주관하고 있는 차세대 성장 동력 프로젝트가 각각 D·E·C라는 기대 이하의 등급으로 매겨졌다고 한다. 이는 그동안 정부와 산·학·연이 장기간의 검토 끝에 내놓은 차세대 성장동력 선정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자아내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차세대 성장동력 프로젝트를 갑자기 추진하다 보니 기획이나 전략적 측면에서 다른 중장기 사업보다 부실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국과위의 평가방법과 체계를 들여다보면 허술한 것이 한 둘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이 신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과제로 진행중인 중장기사업과 함께 평가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사업실적이 전무한 성장동력 프로젝트가 순위에서 밀려나는 모순을 드러낸 것이다. 또 일부에서는 이번 평가가 중장기 기술사업 예산 확보를 위한 변칙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다시 말해서 성장동력사업은 어차피 국가 이슈사업이어서 불리한 평가를 받더라도 예산을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거라는 주장이다. 그럴듯한 논리다. 하지만 국가R&D과제를 평가하는 방법에 객관성이 결여된 변칙이 적용된다는 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 성장산업 자체를 평가한다는 것도 애당초 무리였지만 범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먹거리 산업에 대한 새로운 분류와 평가지표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잣대를 들이민다는 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해 성장동력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해당 부처의 불만이 높다고 한다. 국과위의 평가가 그대로 반영되어 내년도 예산 책정에 영향을 미칠 경우, 본격 착수에 들어갈 일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추진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국과위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과기부와 산자부의 재심을 받아들이는 등 서둘러 보완책 마련에 나선 것은 잘 한 일이지만 ‘예고된 낙제점 평가’ 가능성에 대한 문제점을 사전에 예측하지도 못했다는 것은 석연치 않다. 과학 기술행정의 비효율적인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표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세계경쟁력연감 2004’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이 작년 27위에서 8위로 19단계나 상승했다고 한다. 하지만 IT 관련 기술 등에서 세계 10위권에 드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 개발에 대한 법적 환경 개선 등 제반 환경은 여전히 경쟁국들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 세계 8위의 기술경쟁력을 가진 국가답게 이제부터라도 기술 개발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미확인된 보도지만 성장동력의 하나인 DMB도 우리를 제치고 중국이 앞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한다. 성장동력은 우리들만 선정해서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다. 차세대 시장을 잡기 위해 세계 각국이 첨단 분야에 대한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기술 개발에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국책 프로젝트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성장동력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 차세대 사업 추진에 혼선이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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