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자수출 1000억달러`의미와 과제

 우리나라 디지털 전자산업 수출이 올해 들어 활기를 띠면서 연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매우 긍정적인 전망을 산업자원부가 내놨다. 올 상반기 디지털전자 수출이 475억5700만달러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예측이 성급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상반기 수출 성장률이 무려 45.5%로 높은 데다 갈수록 수출액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허황된 것만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미국·일본·유럽연합 등 우리의 주요 수출국들의 경기가 갈수록 살아나는 데다 하반기에 디지털TV 및 멀티미디어기기 신규 수요를 견인할 아테네 올림픽 특수까지 고려하면 정부 예측처럼 연말까지 1002억달러 수출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디지털 전자산업은 지난 3월부터 월평균 수출 80억달러를 상회하면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40%를 차지, 국내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러한 수출 호조세는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 디지털 전자제품들이 해외시장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프로젝션TV, PCB 등의 수출이 적게는 70%, 많게는 130% 가까운 증가세를 보인 것이 단편적인 예다. 휴대폰, 컴퓨터, 모니터, 반도체 등 정보통신제품과 디지털TV, 에어컨, 냉장고 등 디지털가전제품도 30% 이상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정부가 하반기 수출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도 이러한 정보통신제품과 디지털가전제품 수출 호조세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여기에다 국산 디지털 전자제품의 고품질화, 브랜드 이미지 제고, 가격경쟁력 우위 등 성장 펀더멘탈의 안정성을 들고 있다. 또 세계 IT경기 회복 지속과 미국의 고용을 동반한 성장, 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 시장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것도 한 몫을 한다.

 그렇다고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악재가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는 고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불안, 미국의 금리인상, 중동정세 불안요인을 들 수 있다. 특히 올 들어 수출 증가폭이 70%대에 이를 정도로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경기조절 정책은 우리 수출을 위협하는 최대 악재다. 내부적으로는 노사관계 불안정이 수출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볼 때 정부의 예측처럼 디지털전자산업의 수출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주력 수출상품이 대부분 중저가 제품인 탓에 중국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경쟁심화로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한 출혈수출이 불가피해지면서 수익성이 나빠진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수출 조건은 갈수록 불리해지고, 이로 인해 우리기업들의 수출 채산성도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을 늘리는 일이 현실적인 수단 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디지털 전자산업 수출의 증가는 고무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채산성 없이 수출을 확대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채산성이 계속 나빠진 상황에서 수출이 계속될 경우 앞으로도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출 확대를 게을리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만큼 수출채산성을 개선하면서 수출을 늘릴 수 있는 디지털전자제품의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 또한 수출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길은 차세대 일류상품 개발에 있다는 점에서 기술개발을 소홀히 해서도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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