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교육이다](10)이용자 인식의 변화/게임포털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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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변하고 있다.

 이용자들도 게임에 끌려다니던 수동적 자세에서 게임을 즐기는 능동적 ‘주인’으로 바뀌고 있다.

 건전 게임문화가 업계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스스로 변화하고 응집된 요구를 게임의 내용 개선에까지 반영시키는 중심 세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사무실에 갇혀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나, 그것을 사업화하고 이익을 취하는 업체나,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 모두 이러한 사회적 변화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

 과도한 폭력, 과다한 노출들이 난무하는 소재만으로 ‘돈벌이’에 집착하는 것도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지만, 분명한 가치판단 없이 한순간 ‘환각제’처럼 게임을 맛보려는 것 또한 변화에 뒤처진 태도다. 우리나라 최대 게임포털을 자랑하는 ‘피망(http://www.pmang.com)’과 ‘한게임(http://www.hangame.com)’의 이용자들을 따라 게임 인식변화의 단초를 찾아본다.

 ◇하루에 게임 즐기는 시간 3시간 이내가 60% 넘어=‘하루평균 몇 시간 게임을 즐기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양대 포털 이용자 모두 1∼3시간을 가장 많은 답변으로 내놓았다.

 물론 하루 5시간 이상 게임을 하는 응답자가 한게임과 피망에서 각각 20%, 16.4%씩 나오기는 했지만, 3시간 이내에 포함된 응답자가 양쪽에 모두 60% 이상을 나타내며,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보여줬다. 이는 10명중 6명은 그야말로 ‘필요’에 의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이용시간으로 게임의 폐해 정도를 절대화 할 수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유롭게 선택해 필요 시간만큼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우리 게임이용자 대다수의 생각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임 몰입에 대해서도 ‘저항력’ 생겨=게임과 관련된 각종 범죄나 탈선, 사고의 첫 출발점이 되는 게임 몰입에 대해서도 의미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게임중에 지나친 몰입이나 중독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란 질문에 대해 한게임 이용자중 67%는 ‘가끔 느끼지만 조절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피망 응답자들도 이 보다는 약간 낮았지만 절반을 웃도는 51.3%가 같은 대답을 꼽았다. 현실적으로 게임이 ‘몰입의 경계선’까지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이용자들은 그 경계선을 넘어서지 않을 정도의 자제력은 스스로 갖추고 있다는 대답인 것이다.

 이처럼 비교적 안정성을 가진 결과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험 요소 또한 존재한다. 같은 질문에 대해 ‘전문 치료까지 받은 적 있다’라는 대답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응답자 비중은 피망, 한게임 모두 2% 이내지만, 연령대별 분석에선 다른 의미를 가진 결과가 나왔다.

 한게임 이용자 중 10대 응답자 22%가 전문 치료를 받았다고 응답한 것이다. 20대 역시 22%가 전문 치료 경험을 밝혔다. 이는 전체 연령분포에서 절반을 훨씬 웃도는 게임이용자들이 자기 절제력을 충분히 가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20대 이하 젊은층에선 게임 몰입에 따른 심각성 여지가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있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중독성이 게임 불건전화의 온상으로 지적돼=‘게임이 불건전해지는 가장 심각한 요소가 뭔가’라는 질문에 대해 압도적으로 많은 이용자들이 ‘중독성’을 꼽았다. 한게임 이용자의 경우 45%가 중독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고, 피망 이용자는 이보다 많은 68%가 중독성이 폐해의 온상이라고 응답했다.

 중독성이 이처럼 게임을 불건전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반면 이중성을 띄는 문제란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게임을 흔히 ‘시대의 문화코드’라고 하듯, 그 내용과 소재에는 그 시대 사람들이 열광하고 빠져들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나 그것을 서비스하는 업체로선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게임의 필수조건을 ‘중독적 요소’에서 찾는다. 그래야만 상품이 돼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아이템 거래’와 ‘사행성’이 게임의 불건전화를 부추기는 요소로 지적됐다. 아이템 거래에 대해서는 한게임 이용자의 29%가 부정적 인식을 보였고, 피망이용자는 10.7%가 불건전 요소라고 응답했다. 사행성이 게임 건전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대답은 각각 12%(한게임), 8.7%(피망)였다.

 반대로 기성세대들이 게임을 ‘나쁘다고’ 평가하는 결정적 요소로 꼽히는 폭력성과 선정성에 대해서는 한결 유연해진 응답이 나왔다. 폭력성이 게임을 불건전하게 만든다는 대답은 양포털 모두 7∼8%대에 머물렀다. 선정성도 6%(한게임), 4.7%(피망)만이 문제성을 지적했다.

 ◇이용자 자신에게 가장 큰 몫 돌려=역시 이용자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 게임문화를 건전하고, 밝게 만드는 주체가 이용자란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건전 게임문화 조성을 위해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쪽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피망이용자의 59.4%가 이용자 자신이라고 답했고, 한게임 이용자도 46%가 이용자 자신이라고 답해 가장 큰 비중을 나타냈다. 표 참조

 물론 사업의 또 다른 축인 업계가 건전 게임문화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한게임 이용자 35%가 업계가 건전게임 문화 조성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답변을 내놓았고, 피망 이용자중 21.8%도 업계의 책임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하지만 정부(학교)나 주변 사람에 건전 게임문화 조성의 책임을 넘긴 이용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정부에 책임을 지운 대답은 피망 이용자 6.2%와 한게임 이용자 4%에 불과했다. 물론 게임 이용자와 정부 당국과의 거리감을 반영한 결과로 보여지지만, 정부의 게임 등급제와 이용자 제한 정책 등이 이용자들로부터 근본적으로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대답이기도 한 것이다.

 <특별기획팀>

 팀장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는 지난달 25일 0시부터 26일 자정까지 48시간 동안 국내 양대 게임포털인 피망과 한게임 사이트에서 이용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실시됐다.

 피망 이용자 중 2251명이 질문에 응했고, 한게임 이용자 490명이 설문에 참가했다. △하루평균 몇 시간동안 게임을 즐기는가 △게임 중에 지나친 몰입이나 중독상황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 △게임이 불건전해지는 가장 심각한 요소는 뭔가 △건전 게임문화 조성을 위해 가장 책임이 큰 쪽은 △꼭 해보고 싶은 게임인데, 연령제한이 걸리면 어떻게 하는가(10대 이용자에 한해) 등 5개 문항에 대해 조사했다.

 

◆연령제한 오히려 부정적 인식 불러

 게임의 연령 제한과 이에 따른 등급분류는 손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그 자체의 효용성이 이용자들로부터 인정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두터운 게임 이용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10대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선’을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연령 제한이 그 자격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게임에 끌리게 하는 요소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좀더 객관화된 평가구조와 현실적인 콘텐츠 개방이 오히려 게임의 부정적 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도라는 지적이다.

 10대들에게만 제시된 ‘꼭 해보고 싶은 게임인데, 연령제한이 걸리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양대 포털 모두 이용자 10명 중 6명 이상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들어가 즐긴다’는 응답을 내놓았다. 각각의 응답자 비중이 66.9%(피망), 64%(한게임)에 달했다. 그래프 참조

 이는 부모나 친지의 주민등록번호나 신용카드 등이 제한선 이하 이용자들의 게임 이용에 ‘전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또 한게임 이용자들의 응답에선 남성과 여성 비중에서 눈에 띄는 결과치가 나왔다. 한게임 응답자중 ‘무슨 수를 쓰더라도 들어가 즐긴다’는 대답에서 여성이 69%로 남성의 배를 앞지른 것이다. 10대 여성이 연령제한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고, 그것을 ‘파기’ 할 수도 있다는 적극성에서 남성을 따돌린 점이 이채롭다.

 한 게임업계 전문가는 “게임의 연령제한선이 이용자들로부터 의미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받은 것”이라며 “게임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보루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이 실제로는 악성 이용의 제도적 장치로 활용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게임물의 선택 권한을 이용자의 자율적인 평가시각에 올려 놓는 대범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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