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와이브로`협상자세에 문제있다

 2.3GHz 휴대인터넷 표준화와 사업자 선정방침 결정이 미국무역대표부(USTR)와의 통상문제로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휴대인터넷 표준화와 관련된 USTR의 문제 제기는 어제오늘 일어난 것이 아니다. 또 무선인터넷 플랫폼 표준화 과정에서 유사한 성격으로 한미간 통상마찰까지 겪고 타결한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휴대인터넷 표준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IT기술 표준화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이보다도 우리 당국의 통상 협상력에 문제가 있지 않나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사실 우리 정부가 이번 휴대인터넷 표준 문제에 대해 쉽게 생각해온 측면이 없지 않다. 휴대인터넷의 경우 아직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은 새로운 개념의 기술이어서 특정 업체나 상품과의 통상 문제가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판단한 것이다. 다시 말해 국내 업체들이 주도한 휴대인터넷 ‘와이브로(WiBro)’가 인텔·플라리온·어레이콤 등이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중인 서비스와 다른 새로운 유무선 결합통신서비스로 ‘국제표준화’와 관련된 문제로 파악한 것이다. 우리가 와이브로를 국제표준기구인 IEEE에 제안, 세계화하겠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정부는 이런 맥락에서 모든 문제를 국제적 협력으로 풀 경우 통상마찰이 일어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와이브로를 단독 기술 표준으로 채택하기 위해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도 이런 논리를 집중적으로 펴왔고 협상도 비교적 수월하게 넘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USTR측은 외국 장비업체들의 진입이 어려운 점을 내세워 단일 기술 표준에 난색을 보이는 등 협상이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우리 정부는 최악의 경우 상위 기술 방식(패러미터)만 정하고 복수 세부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보면 우리 정부의 노력과 고민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이 분명치가 못하다. 통상문제 때문에 당초 예정된 단일 표준화 문제와 사업자 선정방침 발표까지 늦추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런 식의 대응은 ‘정부만 압박하면 다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미국에 심어줄 뿐이다.

 무엇보다 우리 논리가 정당하다면 USTR의 우려처럼 외국 장비를 배제하려 했다는 오해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되돌아보고 표준정책 방향과 원칙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 협상장에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련된 협상자세가 필요하다. 우리의 입장을 정확히 밝히고 이해를 구할 것은 구해야 한다.

 미국이 국내 표준 절차에 압력을 넣는 이유는 기술표준을 주도하지 않고는 한국시장을 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가 휴대인터넷 등 첨단서비스의 상용화 시연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때문에 계속 국내 IT관련 표준을 걸고 넘어지는 미국의 압력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할 경우 안방을 내줘야 하는 것은 물론 세계시장에 도전하려는 꿈도 접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휴대인터넷은 유무선 사업자들이 차세대 사업으로 꼽고 있는 만큼 한미간 쟁점에 관한 협의를 이른 시일내 매듭짓고 관련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사업자 선정 등을 분명히 해야 한다. 뭔가 가능성이 큰 분야에서 세계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국제경쟁에서 기본적인 생존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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