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은행이 올해 추진해온 비즈니스프로세스재설계(BPR) 프로젝트의 최종 사업자 선정이 BPR 추진팀장 교체, 하드웨어 사양 교체와 견적 재요구 등 한달의 내홍끝에 최근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 본 관련 업계는 가격 맞추기와 그에 따른 제품·사업범위 축소, 프로젝트 질 저하라는 SI 프로젝트의 병폐가 또다시 재현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입찰제안요청서(RFP) 발송, 제안서 접수·평가, 벤치마크테스트(BMT), 제안설명회 등의 일정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제안서 제출 업체들 가운데 4개 사업자를 1차로 걸러 내고 BMT와 제안설명회를 거쳐 2개사를 우선협상 1, 2 순위 사업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가격 협상과정에서 은행 측은 1순위 사업자가 제안했던 A사의 서버를 B사의 서버로 교체해 견적을 재구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B사 서버로 다시 견적할 경우 프로젝트 가격은 당초보다 수억원을 웃돌게 된다. 물론 BMT에 앞서 은행 측의 요구로 HW·SW 등의 교체가 가능하다는 각서를 각 사업자들이 제출토록 했지만 은행의 이 같은 무리한 요구조차도 공급자가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은행 측은 “제안된 서버 사용시 별도의 추가인력과 비용이 요구되는 어려움이 있어 기존 전산시스템에 활용되고 있는 제품으로 조정을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제안내용 변경에 따른 초과 금액분을 감내하는 쪽이 은행이 아닌 SI 사업자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S사의 프로젝트 포기설까지 나돌았지만 결국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다각도의 비용절감과 위험관리 방안을 모색중인 은행의 경영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은행의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고객 만족도 제고를 위한 금융IT 인프라는 결코 가격 흥정만으로 구현될 수 없다.
SI 프로젝트는 이것저것 싼값에 재료를 넣고 요리할 수 있는 섞어찌개가 아니다. 올바른 프로젝트 효과와 걸맞은 예산 산정, 투명한 RFP 등으로 두고 두고 우려낼 수 있는 사골국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컴퓨터산업부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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