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돼 온 ‘EBS 수능강의’가 시작 두 달여 만에 회원가입자 90만명을 넘어서면서 새로운 학습풍토를 만들어 가고 있다. 실제로 20% 정도의 사교육비 경감효과가 있다는 설문조사에서 보듯이 교육부의 정책이 교육환경에 새 바람을 일으키며 조금씩 성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나아가 EBS 수능강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교육복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e러닝 지원체제’를 구축한다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 EBS 수능강의는 △저화질 서비스로 인한 TV 녹화시청의 번거로움 △서비스 용량을 고려한 수강신청 제한 및 다운로드 횟수 제한 △엄청난 학습량 △강의 현장감 부족 △교재비 부담 등 시급히 보완돼야 할 점이 많다.
특히 사설 온라인 교육 업체들은 서비스를 차별화해 EBS 장벽을 넘으려 하고 있다. 첫번째 차별화는 화질이다. ‘EBS보다 빠르고 선명하게’라는 목표로 서울 강남구청은 700kbps급 강의를, 일부 민간기업은 현 EBS 화질의 4배인 1.2Mbps급 고화질 강의를 제공중이다. 이에 대응해 EBS도 7월부터 500kbps급 화질의 강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두번째 차별화는 서비스 다양화다. 스마트폰, PDA 등에 무료로 수능 관련 콘텐츠를 제공해 시간에 쫓기는 수험생들이 강의수강 중 질의응답과 강의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도록 부가 기능을 강화했다.
결국 EBS 수능강의와 사설 온라인 교육업체간의 서비스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해서 EBS 수능강의와 교재에서 수능문제를 출제하겠다는 독점적 정책만으로는 수험생들에게 불편만 가중시킬 뿐이다. 대신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노력을 기울여 편리한 공공 서비스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사설 온라인업체와의 무한 경쟁보다는 e러닝 시장을 확대해 교육산업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EBS가 서비스 경쟁력을 조기에 강화해 국민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산업적으로 교육시장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EBS가 교재와 수능강의 콘텐츠의 사용권을 전격 개방하는 것이다.
EBS가 현재의 수능강의 유통 채널을 초고속통신사업자에 개방한다면 적절한 예산으로도 EBS 수능의 경쟁력 강화를 조기에 실현할 수 있다. EBS는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제작 장비 및 유능한 교사진을 활용해 우수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힘쓰고, 콘텐츠의 가공 및 배분은 초고속사업자가 담당한다면 앞서 지적한 사용자의 불만을 단기간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내 초고속사업자는 △PC와 TV로 영화수준 화질(4M)의 수능강의까지도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에 학습이 가능한 VOD 서비스 △이동중에도 학습이 가능한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전국에 안정되게 제공할 수 있는 충분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EBS가 초고속사업자들과 협력해 수능 콘텐츠를 고화질 및 모바일용으로 가공, 분배하도록 한다면 올해 안으로 전국 어디에서나 고화질의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원하는 시간에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교육 콘텐츠와 지능형 네트워크 기능을 결합한다면 학습능력 향상과 진도를 관리할 ‘인터넷 학습 지도사’가 생겨날 수도 있다. 이를 빨리 정착시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한 ‘테스트 베드’를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 EBS 수능강의와 극심한 경기침체로 출판업계, 학원가, 온라인 교육업체 등 교육 산업체는 매출감소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EBS 독점구도에 대한 업계의 우려도 크다.
그러나 EBS 수능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모델로 교육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호재다. 시장경쟁을 통해 EBS 교재를 활용한 다양한 교재와 강의기법이 개발돼 온라인상에서 여러 형태로 공유된다면 EBS 수능은 사교육의 대안을 넘어서 고부가 지식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EBS 콘텐츠는 이제 공공재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도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그 혜택을 국민과 산업체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EBS는 과감히 콘텐츠 사용권을 개방해야 한다.
<이상홍 KT 서비스개발연구소장 shleee@k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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