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수출은 늘고 있는데 내수는 바닥을 기고 있다. 내수부진이 원인이 된 불황의 안개는 언제 걷힐지 ‘오리무중’이다. 기자가 만나는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현재의 불황이 언제까지 갈 것 같냐’고 묻는다. 한결같은 질문이다. 대답 역시 ‘글쎄요’다. 알 길이 없다. 소비는 다분히 심리적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어려우니 아껴야 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을 탓할 수 없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투자를 유도하고 있지만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회수가 불투명한 시장에 투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적인 역할에 앞서 기업은 이윤추구가 먼저인 이익집단이다. 따라서 내수부진은 국내 투자보다 값싼 인력이 제공되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크게 존재하는 상황이다.
‘불황의 끝이 어디냐’고 묻는 기업인이 많은 이상 이 땅에서 기업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특히 ‘사양산업’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는 업종은 이래저래 치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크게 작용한다. 그렇다면 예측가능한 시장이 존재하는 산업은 과연 무엇인가. 상대적으로 청명한 가시거리를 확보한 산업이 있다면 바로 콘텐츠 산업이다.
노동시장은 값싼 해외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다. 제조의 오랜 노하우는 컴퓨터 생산이 그 자리를 메운다. 하지만 지식산업으로 대표되는 콘텐츠 시장은 컴퓨터나 외국인 접근할 수 없는 고유의 영역이 존재한다. 오랜 경험과 데이터가 쌓여 이루어진 산업이 콘텐츠 산업이기 때문이다. 고유의 문화도 숨어있다.
중고생 참고서로 유명한 출판사 ‘지학사’의 콘텐츠는 독보적이다. 이 콘텐츠의 영역에 도전할 신규업체는 아마 없을 것이다. 도전한다 해도 수익을 낼 수 없고 내용이나 양적인 면에서 경쟁에 밀릴 것이 뻔하다. 수십년간 쌓아온 방대한 데이터와 풍부한 콘텐츠, 노하우가 집결된 업체에 쉽게 도전장을 내밀 업체는 없다. 여기에 콘텐츠업의 매력이 숨어 있다. 오랜 세월 쌓아온 노력이 있다면 시장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는 더 하다. 미디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늘어난다. 콘텐츠 수요는 호·불황에 민감하게 움직이지도 않는다. 쌓이는 대로 자산이 된다. 무형의 자산이기 때문에 창고비도 안든다. 불황이라는 국면을 맞은 현실에서 가장 앞이 훤히 보이는 시장이다.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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