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기지개를 펴고 있는 세계 IT경기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반도체 산업이다. 요즘 불티나게 팔리는 카메라폰과 PC, 디지털 카메라, DVR 등 최신 정보가전기기들은 모두 핵심 기능을 반도체부품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는 지난 3년간의 불황에서 완전히 벗어난 세계 IT경기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가장 정확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반도체산업협회(SIA)와 세계 반도체 무역통계기구(WSTS) 등 반도체 관련 시장조사기관들은 일제히 연초에 발표했던 2004년 반도체시장 전망치를 각각 10% 내외씩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당초 올해 반도체시장의 성장률이 20%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지난 1분기 매출실적이 기대치를 초과하자 연말까지 성장률이 30%에 근접할 것이라며 황급히 말을 바꾸었다.
지난 8일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올해 세계 반도체시장이 지난해 11월 예상했던 성장률인 19.4%를 크게 웃도는 28.6%에 이를 것이라고 수정, 발표했다. 이같은 발표는 지난 1분기 매출이 488억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34%나 증가한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이에 따라 올해 반도체 시장규모는 총 2140억달러로 지난 2000년 최고기록인 2040억달러를 4년만에 갱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 WSTS도 최근 휴대폰, PC수요증가에 따른 반도체 경기호황을 감안해 올해 반도체 시장 성장전망치를 당초 19.4%에서 28.4%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표)
전문기관들도 예측하지못한 반도체 수요의 폭발적 증가는 생산현장의 공급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계 TSMC의 경우 지난 몇 달간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는 데도 밀려드는 칩 수요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자 생산능력을 최단시간내 늘리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TSMC는 우선 8인치공장의 월 생산량을 7만장으로 10% 늘리는 한편 첨단 12인치 반도체 공정설비는 도입한 지 3개월만에 양산체제에 돌입했다.
지금 반도체업계는 인터넷 거품 붕괴 이후 3년만에 찾아온 IT호황의 혜택을 한껏 누리는 상황이다. 다만 설비투자 과잉에 대한 우려가 반도체업계의 장밋빛 미래에 한가닥 불안을 남기고 있다.
가트너의 리처드 고든 부사장은 “반도체시장의 성장세가 내년에 크게 둔화되고 2006년에는 과잉설비투자에 따른 부작용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그러나 반도체업계에선 과잉투자에도 불구하고 2000∼2003년까지 지속된 최악의 반도체 경기침체가 되풀이되진 않을 것이란 낙관론이 더 우세하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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