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뽀]금강산에서도 전자결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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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구룡연 관광코스내 북측이 운영하는 목란관 기념 판매소의 전자카드 결제 모습.

“환전이나 현금을 지참할 필요가 없어 너무 편합니다.”

지난 7일 육로를 통해 북의 금강산 관광특구를 방문한 관광객 안민환 씨(43)는 스마트카드의 위력을 여실히 경험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그는 “금강산 콘도에서 ‘금강산 관광카드’를 충전, 금강산 특구 내의 기념품 구매·교통수단이용·공연관람 등을 할 수 있었다”며 신기해 했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아직 교통카드 기능에 머무르고 있는 스마트카드가 전자결제시스템과 결합하면서 북한의 금강산 관광특구는 명실상부한 전자결제수단의 생생한 현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본지 취재팀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육로를 거쳐 금강산을 방문, 전자결제시스템을 둘러봤다.

◇결제 효율화 위해 도입=현대아산은 관광객의 증가에 따라 판매업무 및 ID체크의 전산처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금융결제원·조흥은행·티앤비커머스·나스텍 등과 제휴, 지난해 10월 선불형 스마트카드 기반의 전자결제시스템을 구축, 운영을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현재 현대아산이 운영하는 숙소·온천장·편의점· 휴게소·버스는 물론 북측이 운영하는 목란관에도 설치돼 사용되고 있다. 또 향후에는 북측에서 운영하는 식당인 금강원과 단풍관, 오는 15일 오픈하는 금강산호텔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금강원의 북측 관계자는 “남측 관광객들이 식사후 전자카드를 제시하고 결제여부를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현대아산측과 수수료 문제 등이 타결되는 대로 전자결제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남북간 결제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관광객 40%가 카드 이용=카드운영사인 T&B커머스의 팀장인 황희중차장은 “ 6월 현재 금강산을 찾는 하루 이용객은 1200∼1400명 정도이며 이 중 40%정도가 전자카드에 평균 17만원 정도를 충전해 특구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관광객의 대부분이 부부나 가족이어서 한 사람만 카드를 충전하는 점을 감안할 때 사용률은 90%에 이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취재팀도 발급받은 관광카드로 환전이나 현금 지참의 불편없이 카드를 단말기에 대기만 하면 어디서든 결제할 수 있었다.

현대아산측 전산팀 임대원대리는 “설혹 카드를 분실하더라도 서버에 저장된 결제 정보를 바탕으로 남은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어 큰 호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기능 추가 예정=현대아산은 앞으로 관광객의 사진을 카드에 인쇄, 현재의 종이 방북증을 대체함으로써 스마트카드를 전자결제수단 뿐만 아니라 신분확인용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출입국 절차가 대폭 줄어들어 관광객의 편익확대에 크게 일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휴대형 단말기도 보급, 관광객의 이동코스에서도 각종 물품을 스마트카드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어서 전자카드의 이용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이밖에도 현대아산은 금강산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개성공단 등 타 대북사업 지역까지 전자결제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열악한 통신 환경이 걸림돌=금강산 관광특구의 내부 전산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 그러나 외부와의 연결은 철저히 단절된 ‘섬’이나 다름없었다. 외부와 연결된 통신망은 전화회선 3개 뿐이며 그나마 북한-중국-일본을 통하는 국제회선이다. 때문에 결제정보도 하루에 한번씩 인편을 통해 남한의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의 현대아산 사무실에 전달, 처리하는 오프라인 방식을 택하고 있다.

현대아산 측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남북한 당국 및 KT 등과 전화망 개통을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약 20개 회선을 개통하는 방안이 협의되고 있으며 올해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전망이다. 또 위성인터넷과 이동통신망 개통도 논의 중이라는 설명이었다.

취재팀과 함께 방북한 임경빈 금융결제원 법인영업팀장은 “금강산 전자결제시스템은 한 지역을 통틀어 모든 시설에 시스템을 구축해 스마트카드를 적용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7월부터 시행되는 서울시 신교통카드도 이러한 모습으로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현지에서 근무하는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 이종관 부소장은 “지난해 9월부터 육로관광이 시작되면서 금강산 관광도 활기를 되찾아 오는 8월말까지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며 “여행사와의 협조를 통해 스마트카드를 적극 홍보, 이용률을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성=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취재협조:금융결제원

*전자결제시스템 어떻게 구축했나

“악전고투였습니다”

금강산 전자결제시스템 기획부터 참여했던 금융결제원 문영석 과장은 이 사업에 대해 한마디로 이렇게 잘라 말했다.

모든 대북사업이 그렇듯이 금강산 전자결제시스템 구축사업도 일반적인 전산인프라 구축과는 다른 외부적 변수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지난 98년 11월 역사적인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후 현대아산은 지불결제의 전산처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그러나 여러 여건으로 인해 유보되던 끝에 지난해 초에야 충전식 선불카드 시스템을 구축키로 결정했다. 이후 금융결제원·조흥은행·나스텍·SST·티앤비커머스 등이 공동으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하지만 북한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남한과 직접 연결되는 전화선 하나도 없는 폐쇄적 환경이다 보니 현지와의 의사소통 및 데이터 교환이 가장 큰 문제였다.

나스텍의 이성기 소장은 “남한이라면 간단히 이메일로 보내면 될 드라이버 하나도 디스켓에 담아 인편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을 취했다”며 “통일의 밑거름이라는 사명감이 없었다면 도저히 엄두도 못낼 지난한 과정이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또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자살로 입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스템 구축이 지연되기도 했다. 또 처음에는 전자결제분야만 구축하려 했으나 육로관광이 시작되면서 버스단말기 및 ID체크 부분 사업도 추가되면서 당초 4개월로 예상됐던 시스템 구축기간이 2배로 늘어났다.

대부분의 도로가 비포장이다보니 버스 단말기 연결부위가 부서지거나 단말기의 에러가 자주 발생했다. 이 때문에 작업자들이 이상점검을 하느라 단말기를 들고 몇번씩 남과 북을 오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스템 구축사업자들은 “금강산에서 검증된 시스템이면 세계 어느 곳에 든지 통한다”는 농담까지 나왔을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콜롬비아의 교통카드 담당자는 금강산의 시스템을 보고는 “한국의 카드 단말기에 대해 신뢰를 하더라”는 게 현지 사업자의 말이다.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의 권혁수 전산팀장은 “비록 특구내에 한정된 전자결제 인프라이지만 구축과정에서 축적된 엄청난 노하우가 담겨져 있다”며 “개성 공단 등 타 대북사업에서도 이 경험이 그대로 전수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인터뷰>이윤수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장

“북측이 현대아산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어 통신망 구축 등에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윤수 현대아산 제 5대 금강산사업소장(52)는 ‘금강산 특구의 외부 연결 통신 인프라가 너무 취약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그의 말대로 기자가 만나본 북측 관계자들은 현대아산에 대한 신뢰감은 남한에서 생각한 이상이었다. 이러한 북측의 신뢰와 육로관광이 시작된 후 늘고 있는 관광객 때문인지 이소장의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다음은 사업소 집무실에서의 이소장과의 일문일답.

-사업 인프라 사정은 어떤지.

△통신환경도 그렇지만 전력인프라가 취약하다. 자체적으로 3000㎾의 발전기를 가동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관광객을 감안해볼때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발전기 추가 설치와 더불어 한국전력과 여유분의 전력을 공급해 달라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외부적인 여건으로 인해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북사업을 ‘마른논에 물대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워낙 마른 땅에 물을 대다보니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다. 서로간의 신뢰가 구축되고 있어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숙소의 TV로 볼 수 있는 한국의 지상파 방송은 어떤 경로로 방송되는가.

△2000년 11월부터 위성을 통해 남한(한국)의 방송을 받아 방영하고 있다. 특구내에서 남한방송도 처음부터 시청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며 협상을 통해 라디오 및 TV시청이 가능해졌다. 전화망과 인터넷망도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개통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