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세계 12위권의 언어이다. 남북한 7000만명, 북미 190만명, 일본 70만명, 독립국가연합 46만명, 유럽 7만명 등 한글의 사용인구는 세계 곳곳에 분포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언어는 표준 중국어다. 이어 에스파냐어, 벵골어, 영어, 힌디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일본어, 중국오어, 자바어 다음으로 프랑스어에 앞서 한글이다. 인터넷 주소와 전자우편 주소만 한글로 사용해도 한글의 세계 점유율은 흔들림이 없다. 특히 세계 최고의 IT강국으로 한글의 의미는 더 크다.
한글의 경쟁력을 연구하는 유재원 교수(한양대 언어인지학과)는 “한글은 쓰는 인구와 글자의 과학성, 경제력, 컴퓨터 등의 활용을 바탕으로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향력 면에서 중국어와 일본어 등 동양언어뿐만 아니라 영어 등 로마자를 바탕으로 쓰는 언어들과 충분한 경쟁관계에 있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이를 위한 교육과 연구, 제도화 등에서 민관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개인과 국가 모두 거품이 지나친 영어투자 일변도의 의식도 많이 누그러뜨려야 한다는 지적을 곁들인다.
한글의 자랑이라면 가장 풍부한 표현력이다. 한글은 표현의 다양성과 형용의 아름다움에서 으뜸이다. 최근 한글 이름짓기가 유행처럼 번지는 것도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인식한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글 문화권에 사는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기는 쉽다. 영어발음을 90% 이상 할 수 있다. 또 소리의 표현을 우리말은 8800개 낼 수 있다. 이에 비해 일본어는 300개, 중국어(한자)는 400여개에 불과하다. 우리말의 표현력이 무려 20배가 넘는다. 세계언어 중에 단연 독보적인 존재다.
외국인은 말을 할 때 몸동작을 많이 쓴다. 이것은 언어의 표현력이 부족하여 생기는 습관이다. 우리는 말로써 충분히 표현되기 때문에 몸동작을 굳이 쓸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몸동작을 쓰는 것이 세련된 문화인 것처럼 인식돼 한 때는 흉내내려고 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말의 표현은 세계 어느 나라 언어로도 그대로 번역을 못한다. 우리말은 표현력도 세계 으뜸이지만 어감, 정감, 음감 등도 으뜸이다. 외국에서 우리말을 번역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말이 뒤떨어져서가 아니다. 외국어가 표현력이 부족해 우리말을 번역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자미 냄비에 물을 잘잘 부어 살근살근 끓이고 졸졸 졸여서 노리끼한 고기를 보시기에 소복하게 담아서 괴괴한 달빛 아래에 사랑하는 님과 둘이서 술 한 잔 곁들이니 살살 목을 넘는 요맛이 달콤하기도 하다.” 우리에겐 낯설지 않고 정겨운 표현이다. 이 표현과 어감을 어떻게 외국어로 번역할지 난해할 뿐이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처럼 다양한 표현, 정겨운 어감을 인터넷과 전자우편 주소에 담아낼 수 있는 것은 한글 인터넷주소와 전자우편주소뿐이다. 한글의 다양하고 정겨운 표현은 영어로 된 인터넷 주소나 전자우편 주소에서는 표현이 불가능했다. 단어나 두(頭) 문자로 표현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개성과 정겨운 어감을 한글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로 알려져 있다. 사물을 표현하거나 의성어, 의태어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다. 범용성 면에서도 세계 12위에 올랐다. 영어가 국제 표준어로 인터넷과 전자우편을 지배하고 있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한글만큼 범용성이 높진 않다. 또 표현도 한글만큼 자유롭지 못하다. 언어는 자주 써야 퇴화하지 않고 발전한다. 네티즌의 한글사랑은 인터넷과 전자우편에서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별취재반>
*한글 전자우편 주소, 네티즌의 새로운 문화 코드
한글 전자우편 주소 서비스는 우선 메일을 주고 받는 사람 모두에게 쉽고 빠르게 이용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깜찍소녀@메일’ ‘내사랑현우@메일’ 등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어 자기 표현 욕구가 강한 10∼20대 네티즌의 새로운 문화 코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등록된 한글 전자우편주소들을 살펴보면, ‘남자들아앵겨@메일’ ‘부자아빠@메일’ ‘잘난공주@메일’ ‘널사랑해@메일’ ‘넌내꼬야@메일’ ‘자갸어른와@메일’ ‘뽑호해쥴켐@메일’ 등 네티즌의 톡톡 튀는 감성이 묻어난 것들이 다수다. ‘이라이프가구@메일’ ‘영일유통@메일’ 등 비즈니스 용도로 활용하기 위한 것들도 상당수다.
현재 한글 전자우편 주소의 이해를 돕기 위해 홍보용으로 주로 사용하던 ‘홍길동@메일’은 실명 홍길동 씨가 실제로 등록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외에도 연예인의 이름을 등록한 ‘박준형윤계상안데니손호영김태우@메일’ ‘강타쟁이@메일’ ‘컨츄리꼬꼬@메일’ ‘샤크라@메일’ ‘바다유진슈@메일’ ‘아시아스타보아@메일’ 등이 눈길을 끌고 있다.
‘엄마100원만@메일’ ‘나는이메일이한글이다@메일’처럼 기상천외한 한글 전자우편 주소들이 끊임없이 등록되고 있어 무료 웹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 및 커뮤니티 업체들에 수익성 높은 신규 콘텐츠로 크게 각광받을 전망이다.
한글 전자우편 등록을 받고 있는 미소닷컴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한글e메일주소의 전국민 보급을 위한 인프라 확산에 주력할 계획이어서 네티즌이 즐겨 찾는 포털 및 커뮤니티 업체들과의 제휴를 마무리함과 아울러 솔루션을 정교화하는 작업에 진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니캠페인>
요즘 인터넷의 어느 공간에 가더라도 정지된 그림이나 영상은 거의 없고, 수없이 깜빡이거나 움직이며 방문자의 눈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것들을 흔히 ‘플래시(Flash)’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말로 ‘깜빡창’ 또는 ‘반짝그림’으로 바꿀 수 있다. 깜빡창·반짝그림은 정지된 사진을 동영상처럼 꾸미거나, 애니메이션·광고기법 등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뭐든지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세태가 반짝이고, 깜빡이는 것을 좋아하게끔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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