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중독성이 강하다. 상당수 가정이 가족간 대화시간보다 텔레비전 시청시간이 더 많다. 운전할 때 라디오를 늘 듣는 사람도 많다. 방송을 켜놓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처럼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할 정도로 방송 미디어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방송은 재미있다. 오락프로는 시청자와 청취자가 채널을 돌리지 않도록 출연자가 끊임없이 재미있는 얘기를 풀어놓는다. 많은 사람이 한 채널을 고정시켜 놓으면 이게 바로 인기 프로다. 광고방송에 의존하는 방송사의 매출은 이러한 인기 프로가 몇 개나 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방송 미디어도 보도기능이 있다. 방송저널리즘이라는 카테고리로 언론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언론이라고 하기엔 보도의 비중이 낮다. CNN이나 YTN과 같이 뉴스 전문 채널이라면 몰라도 종합방송채널은 드라마와 오락, 교양 프로 등 비보도프로그램이 훨씬 더 많다.
방송 미디어는 사실 언론보다는 오락매체에 가깝다. 시청자와 청취자를 더 많이 끌어들여 광고 수입을 늘리려는 미디어산업의 속성이 더욱 강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미디어학자나 방송사 사람들 중 상당수는 언론으로 보려 한다. 우리 방송산업의 구조가 공영 위주인 데다 지상파 방송사의 독과점 구조가 오래 이어져 온 게 큰 이유다.
민영 방송사라도 공익성을 내세우지 않으면 비판을 받기 일쑤다. 독과점 구조가 오래 가면서 케이블TV나 위성방송과 같은 뉴미디어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사람들이 방송 3사 프로그램만 접할 수밖에 없으니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시청률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덩달아 영향력도 크다.
그래서 ‘방송 미디어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언론’이라는 ‘착시 현상’이 생긴 듯하다. 아니면 엔터테인먼트업체라는 실제 상황을 숨기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지난달 31일 멀티미디어이동방송 규격 관련 공청회에서 한 방송사 간부는 “방송은 언론이고 문화여서 너무 시장논리에 의존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방송계와 바깥의 시각차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디지털방송과 관련, 논쟁이 소모적으로 흘러가는 것도 이러한 시각차에서 비롯된 게 아닐지 모르겠다.
<신화수 IT산업부 차장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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