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 유통업체 IT투자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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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매장 직원들의 ‘감’에 의존하지 않고 IT의 힘을 빌려 이익을 창출하겠다”

지난 19일 일본 거대 유통그룹인 이온의 주주총회.고타니 미노루 부사장은 발주 실수에 따른 손실을 비난하는 주주들에게 이같이 말했다.이온은 이미 지난 5년간 700억엔을 넘는 금액을 IT에 투자하면서 일부 효과를 봤다. 일례로 이온은 소비세의 총액표시가 의무화된 올 4월 1일 오전 0시를 기해 전국 1만7000대 계산대의 상품 가격 변경을 단 30초만에 완료했다. 또 본부와 그룹의 전체 670개 점포를 광통신망으로 연결해 작업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이온 뿐 아니라 최근 일본 대형 유통업계는 ‘IT’를 핵심 경영 전략으로 채택하고 나섰다. 유통 업계는 상품 조달에서 판매까지 철저한 시스템화를 통해 효율적이고 고객 수요 변화에도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신 IT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 월마트가 산하의 세이유를 통해 독자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에 자극받은 이온, 요카도 등 대형 소매점과 미쓰코시 등 대형 백화점들이 뒤따르면서 가열되고 있다.

이온의 IT 시스템 특징은 본부가 전 지점의 판매상황,물류 센터의 재고량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자동 발주한다는 것. 현재 의류 부문에선 이익률이 4년전에 비해 0.3포인트 상승한 33.4%에 달한다. 요카도 그룹의 대형 소매점인 이토 요카도는 오는 2007년까지 약 300억엔을 들여 그룹내 6개사 시스템을 통합하고 있다. 자회사인 세븐일레븐재팬,데니스 등과 전체 1만1500점포를 광통신망으로 연결한 상태다.무선 단말기 4만대를 신규 도입해 점포 직원들이 직접 발주가 가능토록 했다.

세이유는 올해 여름까지 그룹 6개사 약 410개 점포에 월마트 독자적인 시스템인 ‘리텔링크’를 구축한다. 이를 활용하면 언제 어느 점포에서 무엇이 팔렸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대형 백화점 역시 IT시스템 정비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도부백화점은 올 2월 IC칩 내장 신용카드에 대응할 수 있는 POS(판매시점정보관리)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2200대의 결제 단말기 중 1200대는 휴대형으로 바꿨다. 휴대 단말기로 바꾼 후 결제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미쓰코시백화점도 가을부터 신형 POS를 구축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강화한다. 다카시마야 백화점은 NTT도코모의 3G ‘포마’를 구입해 카메라 및 TV 기능을 활용한 고객 서비스 개선에 착수했다. 오사카의 다이마루 백화점은 CRM(고객관계관리)시스템을 구축, 연간 약 150만명 고객의 과거 2년간의 구매 이력, 금액 등을 분석해 고객별 맞춤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과 관련해 백화점업계는 “IT 시스템 구축에는 거대한 데이터베이스, 유지보수, 운영 노하우 등이 필요하다”며 “IT무장을 계기로 업계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