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자산업 수출이 2개월 연속 80억달러를 상회했다는 것은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우리 경제로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거니와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월간기준으로 200억달러를 약간 넘는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디지털전자산업이 국내 수출산업의 견인차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올들어 4월까지 디지털전자산업의 무역흑자가 141억달러로 전체 산업의 누적 흑자보다 42억달러나 많은 것으로 나타나 디지털전자산업이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임을 다시 한번 입증해주고 있다.
디지털전자산업 수출의 기록경신은 두말할 것도 없이 국산 IT관련 제품들이 해외시장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IT 수요가 회복되면서 반도체 및 모니터 수출이 무려 70% 가까운 증가세를 보인데다 중국,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무선통신기기와 디지털가전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 호조세를 이어가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현재의 대외여건을 볼 때 언제까지 디지털전자산업의 수출 호황이 지속될 것인지 장담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원자재 가격과 수급불안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고유가, 원화 강세의 부담까지 가중될 조짐을 보이는 등 수출여건이 날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고유가, 고물가, 원고’의 ‘신3고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올들어 수출 증가폭이 70%대에 이를 정도로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이 경기조절 정책을 구체화할 경우 대중국 수출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없지 않아 더 걱정이다. 한마디로 수출 조건은 갈수록 불리해지고, 이로 인해 우리기업들의 수출 채산성도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침체를 보이던 정보기기와 디지털가전기기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특정 IT제품에 편중된 수출구조는 많이 완화됐지만 아직도 몇몇 주력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어서 언제든 수출 증가세에 제동이 걸릴 우려가 높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수출은 유례없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내수가 얼어붙어 있는 경기 양극화 현상이 좀처럼 완화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력수출 상품이 부품 및 설비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탓이기는 하지만 수출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대외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보면 투자확대를 수반한 내수 회복으로 경기 양극화 구조가 해소되어야 한다.
물론 우리 디지털전자업체들의 신시장 개척 노력에 세계 IT 경기회복 등에 힘입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디지털 가전을 중심으로 수출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정부의 분석도 전혀 틀린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중국 쇼크와 국제유가의 상승은 극심한 내수부진 속에서 수출로 버티고 있는 우리에게 치명타를 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해야 할 대외변수임에 틀림없다.
최선의 준비가 최선의 대책인 것이다. 중국경제의 변수에 대비해 중국시장을 효율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고유가 등 경제환경 악황에 따른 충격 흡수 대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출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길은 우리 수출 상품 경쟁력 향상과 차세대 일류상품 개발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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