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인하 `기싸움`

경기침체로 경영악화-경영난 떠넘기기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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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겠다’ ‘어림도 없는 소리다’

 신용카드 승인 및 전표 매입 수수료 인하를 둘러싼 카드사와 밴사들간에 팽팽한 기싸움이 시작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최근 이 회사가 밴사에 지급하는 승인료(건당 80∼100원)에 대해 30%를, 전표 매입(장당 100원)의 경우 50%를 낮추겠다는 요지의 공문을 11개 밴사에 발송하자 일부 밴사는 수용불가를 선언하면서 카드사와 밴사간 공방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삼성카드에 이어 KB카드와 LG카드 등도 수수료 인하요구에 가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카드사와 밴사간의 수수료인하를 둘러싼 대립은 일전을 불사할 수 밖에 없는 양상으로 치닫게 됐다.

 ◇왜 인하요구 했나=삼성카드는 공문에서 카드사들이 국내경기 침체에 따른 신용대란, 연체급증, 과도한 서비스비용 증가, 프로세스 비용과다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 봉착했다고 전제했다.

 이에 따라 “조직축소, 서비스 비용구조 개선,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 불합리한 약정조건 개선 등의 자구책을 마련중이며 그 일환으로 승인 및 매입수수료를 인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삼성카드가 제시한 인하율은 승인수수료 30%, 전표 매입수수료 50% 등으로 밴업체가 수용하기 힘든 파격적인 인하폭이었다.

 또 삼성카드는 공문발송 이외에도 최근 담당 임원까지 나서 주요 밴업체를 방문,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 카드사도 가세할 듯=최근 LG카드와 KB카드 등도 수수료 인하 등을 검토할 태스크포스를 구성, 수수료 원가분석에 들어갔다.

 이들 카드사는 “밴사들이 카드 거래규모 증가에 따라 그동안 투자한 시스템 비용을 충분히 뽑아내 단가를 낮춰도 충분히 이를 감당할 여지기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신용카드 활성화에 따라 소액카드 거래가 급증, 승인과 매입 등 직접비용은 증가하고 있으나 건당 수수료는 정액으로 묶여있어 카드사의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모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가맹점에서 받는 결제 수수료는 인상, 밴사에 지급하는 대행 수수료는 인하한다는 것이 카드사의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밴사, 카드승인 거부하겠다=삼성카드의 공문을 접수한 밴사 대부분은 ‘카드사가 경영난을 떠넘기고 있다’며 수용 불가 의사를 밝혔다.

 일부 업체에서는 ‘만약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할 경우 해당 카드의 승인을 거부하겠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밴사들은 승인 수수료의 대부분이 시스템 유지보수와 대리점 관리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다며 현재의 수수료로도 밴사의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전표 매입수수료의 경우에도 80%를 대리점이 가져가는 것을 감안할때 이를 절반으로 줄이면 대리점이 줄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 밴 업체 관계자는 “협상의 여지는 있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너무 큰 것 같다”며 “협상이 원만치 못할 경우 카드 승인 거부 등 최악의 사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