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경기 진작책 전면수정 지적도
지난달 24일 자동차와 일부 가전제품에 대한 특별소비세가 전격 인하됐으나 내수경기 활성화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프로젝션TV·에어컨 등에 대한 정부의 특소세 인하조치 이후 이들 제품의 판매실적은 특소세 인하 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 내수 진작이라는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내수경기 진작을 위한 정부 정책에 전면 수정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LG전자는 특소세 인하조치 이후 24일까지의 에어컨과 프로젝션TV 판매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에어컨은 전월에 비해 불과 5% 늘었으며, 프로젝션TV는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에어컨의 경우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0%나 줄었다.
지난달에 비해 5% 늘어난 것도 이달 들어 이상더위가 며칠동안 계속됐던 점을 감안하면, 특소세 인하 효과라기보다는 계절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저가형 프로젝션TV는 특소세 인하조치 전과 비교해 소폭 늘었으나 상대적으로 특소세 인하로 인한 가격하락폭이 컸던 고가형 프로젝션TV는 변동이 거의 없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에어컨은 전월에 비해 40∼50%가량 늘었지만 판촉행사와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것이며 특소세 인하효과로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일선 유통업체들이 더욱 실감하고 있다.
하이마트·전자랜드21 등 주요 가전 유통업체를 상대로 해당 품목의 판매실적을 조사한 결과, 일부 품목은 오히려 특소세 인하 전보다 최고 30%까지 급감했다.
하이마트는 특소세 인하조치 이후 한달간 프로젝션 TV의 판매량이 인하 전 한달 동안에 비해 5% 감소했다. 전자랜드21도 프로젝션TV의 판매량이 5%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에어컨 판매량은 15% 가량 늘었지만, 이마저 계절적 요인이 더 강하며 오히려 전년동기 대비로는 30%나 줄어들었다는 것이 전자랜드21측 분석이다.
임명수 전자랜드21 용산점장은 “일단 특소세 인하폭이 작고 연말까지 혜택이 이어져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으로 롯데백화점·이마트 등 각 유통채널의 가전매장에서는 특소세 인하 관련 특판행사가 사라진 지 오래다. 홈플러스 가전매입 담당자는 “EBS수능 특수로 프로젝션TV보다는 일반TV의 판매가 늘어났다”며 “고객들도 특소세 인하에 별다른 관심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아 관련 행사를 조기에 마감했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