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이사람]교동전자상가 이병철사장

대구 교동 전자상가에서 15년간 가전매장을 운영해온 교동 TV가전협회 회장 이병철 사장(58·서울전자)의 얼굴에는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진하게 배어있다. 이 사장은 교동 전자상가의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교동시장에서 가전매장을 오래 한 탓에 교동 전자시장의 흥망성쇠를 온몸으로 느껴 온 산 증인이기 때문이다.

 대구에 대형 전자매장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전 한창 호경기였던 지난 96년까지만 해도 그 좁은 교동시장에 200개가 넘는 가전매장들이 옹기종기 모여 성업을 구가했었다. 그러나 IMF 이후 경기불황은 이들 가전 매장에 직격탄으로 날아와 대부분 매장은 이전하거나 폐업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이 사장은 그동안 자신의 매장을 이용한 단골손님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우직하게 버텨왔다. 10년 넘게 이곳 교동시장 가전매장을 운영해 온 몇 안 되는 토박이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교동상인연합회의 구성원을 따지고 보면 TV가전은 40여 개소에 불과합니다. 물론 앰프나 전자부품을 취급하는 전자협회, 컴퓨터협회, 오디오협회 등 다른 협회에 비해서 규모는 작지만 TV가전은 교동시장에서도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유통업종입니다.”

 지난달에는 점차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교동시장을 살리기 위해 상인들의 자발적 모임인 교동상인연합회가 결성됐다. 요즘 그는 연합회의 부회장이자 TV가전협회 회장으로서 매년 줄어들고 있는 가전매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과업(?)에 몰두해 있다.

 그는 인터넷 쇼핑몰과 대형 전자매장과 할인점 등을 선호하는 요즘의 가전 소비성향에 비해 재래시장 내 가전 매장들은 사실상 경쟁력에서 뒤처진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가격과 친절에서만은 어느 대형 할인 매장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매장은 대구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다 보니 불편한 주차문제, 소규모 점포로 인한 제품전시공간 부족 등 판매여건에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매장에는 10여 년 동안 이어온 단골고객들의 발길이 꾸준한 편이다. 교동시장의 명성을 아는 40대 이상의 소비층들은 “그래도 가전제품을 사기에 교동 전자상가만한 곳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옛 교동시장에 대한 향수를 못 있어 찾아오는 고객들을 만나면 반갑고 고맙죠. 앞으로도 인간미 넘치는 재래시장의 특성을 잘 살려 대형 매장이 주지 못하는 차별화된 고객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충분히 가전 유통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겁니다.”

 이 사장은 이를 위해 상인연합회를 통해 교동시장 관련 이벤트를 개발하고, 교동시장을 혼수전문시장으로 특화개발하는데 TV가전협회 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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