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빛낼 `프론티어사업`](8)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

 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생명공학연구원 내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단장 정혁 박사)이 오는 2010년까지 1485억원이나 들여 달성해야 할 미션 중 하나다.

 한반도에 서식하고 있는 4000여종의 식물 외에도 해외에서 발굴한 식물 자원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춘 천연신약이나 식품의약 등의 고부가 BT 제품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일반인에게는 하찮게 보이거나 연간 100억원이나 투입되야 할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사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10년 뒤엔 연간 1조원대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우리 나라 과학기술계의 효자 상품이 될 것으로 보이는 기대주 사업이다.

 천연신약이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을 통과하는 데는 사실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FDA를 통과하기까지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 데다 우리 나라는 여전히 빈약한 임상시설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생식물 사업단이 구상한 대안이 이른바 ‘중간처리전략’. 인프라와 노하우는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지만 날 새워 연구하는 열정과 개별 연구원들의 능력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장점을 살려 생산된 기술의 이전을 통한 로열티 수입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수백년간 연구해 온 민간처방이나 동의보감 등의 자료를 수집, 과학적인 연구 실마리를 찾으면서 몇몇 식물에 대해서는 이미 기능 규명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장과 보양 등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진 인삼이나 오가피 등이 대표적인 연구 식물군이다.

 이 사업단은 이외에도 지금까지 신약 후보물질 100여종을 찾아 특허 등록하고 20여건은 기술이전을 통해 제품화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사업단은 2단계 사업에 착수한 지난해에만 국제인용지수(SCI)의 영향력(IF)을 나타내는 점수가 30점 급인 슈퍼급 논문을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 제네틱스에 게재했다. 국내에선 3번째이다. 또 색소 및 추출기술과 천연농약 개발 기술, 클로렐라 배양방법 등을 기술 이전하고 상용화 연구에 들어갔다.

 최근엔 연구를 진행할 토대가 되는 연구시료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세계 30만종의 식물자원 가운데 우리 나라에 서식하는 식물은 4000여종에 불과, 세계 자생식물의 보고로 알려진 브라질이나 중국을 비롯한 네팔, 베트남 등 전세계를 대상으로 자원 수집이 한창이다.

 ◇정혁 단장 인터뷰

 “우리 나라도 자생식물 분야의 체계화 사업을 통해 기술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등 어느정도 인프라를 구축하는 수준의 발판은 마련했습니다.”

 정혁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단장(50)은 “천연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연구 재료의 확보가 관건”이라며 “이런 기반 위에 15∼20년간 꾸준히 종자식물 추출물은행 등을 구축해 나간다면 자생식물 연구의 전체적인 효율을 크게 올릴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쉽긴 해도 외국 다국적 제약회사에 천연신약 후보 물질을 팔거나 식품의약품, 예를 들어 비타민 등 건강보조·기능성 식품 등을 실용화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정혁 단장은 “기능성 식품의약 산업의 활성화에 연구성과가 크게 활용되고 있다”며 “향후 한반도 종합 식물지 사업을 통해 대규모의 남·북 교류 협력 사업으로 사업규모를 확대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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