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기자의 콘텐츠 읽기](6)스토리뱅크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작가 데스카 오사무는 어릴 적 병약했다. 운동을 할 수 없을 만큼 허약한 그는 학교를 다니는 것 조차 힘들었다. 그래서 주로 집안에서 책을 읽었고 그 결과 2만 여권이 넘는 책을 섭렵한 것이 오늘날 일본 애니메이션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오지철 문화관광부 차관은 줄곧 입버릇처럼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게임이건, 애니메이션이건 줄거리가 탄탄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문화산업론’이다. 사실 그의 말은 백번 옳다. 아무리 많은 문화자산을 갖고 있어도 풀어내는데 익숙하지 않으면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없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은 문화산업에 가작 적합한 말인 듯 싶다.

 현재 인기있는 게임들을 보자. 남의 나라 신화에서 힌트를 얻기는 했는데, 정확한 국적을 말하긴 힘들다. 게임 캐릭터의 대부분이 눈에 익어 어디서 많이 본 듯하고 줄거리 역시 낯설지 않다. 생각해 보니 80년대 이후 어린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일본 만화가 그 틀이 아닌가 싶다. 은연중 뇌리에 박힌 것이 게임캐릭터로 변신하고 줄거리 토대가 된 것으로 여겨진다.

 게임을 즐기는 세대 역시 같은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여서 거부감이 있을 수 없다. 남의 문화를 내것인 것 마냥 착각하고 있다. 굳이 네 것, 내 것을 따지는 것은 아니다. 좋다면 남의 것도 수용해야하는 것이 문화이다. 상품으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면 원천이 어디든 무슨 상관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 것이 아닌 문화자산의 응용 한계는 있다. 굳이 한국이 아니어도 신화를 바탕으로 한 게임은 중국도, 일본도 만들 수 있다. 오히려 독서 수준이 높은 일본이 줄거리 전개와 극적 상황묘사에 더 뛰어 날 수 있다. 비록 한국이 IT 발달로 온라인게임에서 앞서 가지만 이 역시 영원할 수 없는 기술이다.

 

오 차관의 입버릇처럼 ‘스토리뱅크’는 문화산업 중요도 ‘1순위’다. 여기에 ‘우리 것’을 가미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기 때문이다. 산업의 영속성 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가 문화산업 고위 공직자로서 인식하는 만큼만 이끌어 주길 바랄 뿐이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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