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사이에 개인휴대단말기(PDA)·스마트폰을 둘러싼 묘한 인연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이 사장은 휴대폰 하나로 신용카드·방송수신·캠코더·신분증 등의 기능이 모두 가능한 올인원(All in One) 단말기로 스마트폰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정보통신부가 최근 2.7인치 이상 LCD를 채택한 PDA폰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을 밝혔다.
이 사장은 스마트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데다, 삼성전자가 오는 2006년까지 세계 1위 스마트폰 벤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올해 국내 시장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의 정보통신총괄사업부로선 발목을 잡은 정통부에 대한 서운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002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최고경영자(CEO) 시절 사내에서 PDA폰 사업을 놓고 이 사장과 선의의 경쟁을 벌였던 인물이다.
이 사장은 2002년 9월 디지털미디어 사업부가 PDA폰(모델명 넥시오)을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한 시점에 PDA 기능을 스마트폰(모델명 MITs)의 국내 출시를 결정한다. 정보기기의 컨버전스가 급진전되면서 진 사장의 PDA 사업확대 전략과 이 사장의 무선사업 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 것이다. 당시 이 사장은 미국 시장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거쳐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확신했고, 진 사장은 PDA의 새로운 청사진으로 PDA폰을 제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PDA폰 사업이 리콜 사태를 겪은데다 판매량마저 저조해 결국 무선사업부로 통합됐다. 결과적으로 이 사장이 진 사장에 완승을 거둔 셈이 됐다. 당시 양 사장은 삼성전자의 디지털 사업의 주도권을 한치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였던 관계여서 사업부간 희비도 크게 엇갈렸다.
이 후 진 사장이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CEO로써 두 사람의 경쟁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PDA폰 보조금 지급 문제로 두 사람은 원하든, 그렇지 않든 또 한번 부딪히게 됐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세계적인 시장추세를 감안할때 스마트폰의 육성의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정통부의 보조금 정책도 이같은 시장상황을 반영해 이루어져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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