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차 엔지니어오 퇴출대상?

주니어급 이상 기술인력 푸대접

  “시스템 아웃소싱을 하는 기업에선 3∼4년차 엔지니어만을 파견해 달라고 하더군요.”

 정보통신기업에 근무하는 L기업의 C임원의 말이다.

 “요즘 한참 일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일이 주어지지 않네요.”

 네트워크통합(NI) 업체인 S기업에 근무하는 7년차 J과장의 말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고급 두뇌로 속하는 5년차 이상의 시스템 엔지니어(SE), 시스템관리자(SM)들이 산업 현장에서 이른바 ‘계륵’으로 전락했다.

 최근 들어 IT의 기술발전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시니어급 SE나 전문 관리자를 선호하던 기업들이 전문지식을 보유하면서도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3∼4년차 엔지니어에 관심을 옮기기 때문이다.

 C씨는 금융기관인 N기업이 최근 20여명의 파견직원 중 40대인 관리자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5년차 미만의 직원들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SI업체인 C기업 역시 아웃소싱을 해주는 모 기업으로부터 가능하면 5년차 미만의 직원을 파견해 달라는 요지의 협조문을 받았다.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다. 적어도 일에 대한 노하우와 관리경험까지 갖고 있는 5년차 이상의 주니어·시니어급 직원들을 보내달라고 아우성이던 상황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시니어급 엔지니어들이라면 전문지식과 위기관리 능력까지 갖춰 특히 금융권이 필요로 하는 ‘0순위’ 인재였다.

이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IT기술이 급변하자 이전 기술이나 붙들고 있는(?) 시니어급 엔지니어들을 요구하는 곳이 줄어들었다. 반면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신세대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졌다. 주니어·시니어급 엔지니어가 신세대에 비해 새로운 개발용역 업무나 기업의 요구 사항을 해결하는 데 더 나을 게 없고 신기술 패러다임 하에서의 위기관리 능력도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N기업의 관계자는 “요즘은 아무리 복잡한 업무라도 2∼3년차만 되면 업무 수행을 할 정도로 시스템화가 잘 돼 있다”며 “오히려 비용이 많이 들고 다루기 어려운(?) 주니어·시니어보다 5년차 이하의 신세대가 낫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주니어·시니어급 엔지니어가 NI·SI 업체 내부에서 느끼는 압박감도 만만치 않다. 회사로선 관리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생산성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인적 구조조정의 유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노사간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영진은 내보내고 싶어하고, 후배들은 나가줬으면 하는 눈치를 보인다는 것이다. 5∼12년차 엔지니어들이 그 대상이 됐다.

 H기업의 K차장은 “무엇보다 선배(임원)와 후배들의 눈치가 부담스럽다”면서도 “하지만 이제 와서 다른 일을 하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당장 경비 절감 차원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위기관리 상황에서는 시니어의 경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 국가나 기업의 측면에서도 10년 안팎의 노하우와 전문지식을 갖춘 엔지니어를 홀대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지적이다.

물론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려는 주니어·시니어들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회 변화가 빠르기는 하나 중간 허리층을 이룬 이들을 홀대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를 서둘러 모색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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