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목받는 특허청의 인력채용

이공계 살리기가 범 정부차원에서 적극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특허청의 최근 기술직 공무원 5급 특별 채용 시험에 국내외 이공계 우수 인력들이 대거 몰렸다고 한다.

평균 17대 1 이라는 특허청 인력채용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채용된 통신·기계 등 9개 기술분야의 합격자는 모두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고 이 중에는 변리자 자격증을 가진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학력 수준이나 경쟁률 등에서 화제가 될 만하고 다른 정부 기관의 부러움을 받기에도 충분하다고 본다.

이번 특허청의 기술직 채용 현상은 최근의 심각한 이공계 기피 현상을 타개하는 계기가 되어 과학기술입국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 IT강국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번 인력채용에서 보듯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은 우리나라 청년층의 실업난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전문인력이 대거 몰린 것은 갈수록 심각해 지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국가적 숙제로 이공계 살리기에 적극 나선 것도 한 요인이 됐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이공계를 단순히 기 살리기 차원이 아니라 한국이 이공계 시대로 갈 수 있도록 장기비전 아래 지속적으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공계의 공직 채용 확대 노력과 함께 기업체도 이공계 시대를 여는데 적극 나서야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공계 기피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였다. 올해도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물리학도가 자신의 전공에 걸맞은 산업기능요원 자리를 구하지 못해 현역 입대한 바 있다. 또 일류대 이공계 대학생이 휴학을 하고 일자리가 보장되는 의대와 한의대 진학하는 일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흔히 21세기는 국경 없는 과학기술경쟁력의 시대라고 한다. 우리가 과학기술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첨단 과학기술을 선점하고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은 한 차원 높여야 한다. 우리는 지난 농경사회가 천년의 시간을 두고 넘지 못했던 절대빈곤의 벽을 산업화로 넘었고 이제 정보화로 과학기술 시대를 선도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 이 같은 일은 궁극적으로 우수 이공계 인력이 없으면 달성하기 어렵다. 우리만의 독자기술 개발도 불가능하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계속되면 과학기술계는 좌초할 수밖에 없고 결국 우리는 IT강국의 자리를 후발국에 내줘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그 핵심은 전문인력이다. 사람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더욱이 지식정보강국이나 소득 2만 달러 달성도 결국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이공계 기피에 따라 우리는 원천기술 개발이 더디고 그로 인해 해마다 막대한 로열티를 외국기업에 지급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과학기술이 나라를 부흥하게 만든다(科敎興國)"는 슬로건을 내걸고 해외 과학기술 인력 유치에 적극적이다. 우리도 국회에서 통과된 이공계 특별지원법을 근간으로 산학연의 상호협력체제 강화 및 연구개발단지 특구 지정 등을 서둘러 신성장 동력 육성과 전자정부 구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거시적인 청사진 아래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가 이공계가 전문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정책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번 특허청의 인력채용은 학교에서 배출한 이공계 전문 인력을 사회가 수용하고 그들이 전문분야에서 전력투구할 수 있도록 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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