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벤처투자 `H&B 펀드` 변칙 투자 논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H&B펀드의 IT벤처기업 투자 현황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지난 2000년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 바이오 전용 펀드로 구성한 ‘헬스&바이오(H&B) 1호 펀드’가 바이오 분야가 아닌 정보기술(IT) 벤처기업에 투자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 기업이 외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이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같은 논란의 사례가 새로운 전례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여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바이오펀드의 운영사인 미래에셋벤처투자 측은 “조합원들의 수익 창출을 위해 당초 계획과는 달리 투자이익이 기대되는 IT벤처기업에 투자했다”며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일반조합원들은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 구성된 펀드가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 투자한 것은 펀드의 결성 목적에 위배돼 더 이상 펀드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 논란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논란의 시발은 이렇다.
H&B펀드는 미래에셋벤처투자가 4억5000만원, 중소기업진흥공단이 12억원, 일반 조합원 15명이 13억5000만원을 출자해 총 30억원 규모로 구성됐다.
미래에셋은 처음에 이 펀드를 바이오벤처기업인 케비젠과 축산업체인 신명 등 생명공학과 연관된 분야에 투자했다. 그러나 케비젠이 원천기술을 개발했음에도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사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는등 경영난 타계에 부심하고 있다.
이처럼 바이오 투자상황이 여의치 않자 미래에셋은 지난해 벨웨이브·픽쳐맵인터내셔널·이엠엘에스아이 3개 IT벤처기업에 펀드 규모의 30% 가량인 총 10억8300만원을 투자했다.
미래에셋의 관계자는 “이 펀드가 생명공학 전용 펀드로 구성된 것은 사실이나 바이오 붐이 사라지면서 투자 수익이 나지 않아 일부분을 수익이 기대되는 IT쪽에 투자한 것”이라며 “지난해 IT벤처기업 투자에 앞서 조합원들에게 의향을 물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펀드 규정상에 IT기업에 투자할 수 없다는 내용은 없다”며 “이들 IT기업이 실적이 좋고 코스닥 진입을 바라보고 있는 등 투자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돼 조합원들에게 오히려 이익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수렁에 빠진 바이오펀드 건지기’ 작전에 나선 셈이 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조합원은 “국내 생명공학 육성을 위해 일반 조합원들이 십시일반으로 펀드 조성에 참여했다”며 “IT와 비교해 투자가 저조한 바이오 분야 활성화를 위한 펀드마저 IT분야에 사용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번 사건은 불법투자는 아니라 할지라도 `어떻게든 투자해서 남기기만 하면 된다`와 `당초 목적을 살려가야 한다`는 주장을 놓고 앞으로 투자자들에게 상당기간동안 논쟁거리를 제공하게 될 것 같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