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의 급속한 발전과 인터넷 보급 확산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 걸쳐 우리 사회는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보화에 따른 사회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못 읽어 여기서 파생된 정보화의 역기능을 그대로 방치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급속한 정보사회 전이로 노출된 여러 문제점에 대해 사회단체를 포함한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긴 했다. 이런 의미에서 KISDI가 주최한 ‘21세기 메가트렌드 심포지엄’은 정보화의 영향을 포괄적으로 점검·분석하고 앞으로 우리나라 정보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종합처방전이라고 하겠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IT강국이라고 인정해줄 만큼 이 분야에서 눈부신 기술 축적과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기술 축적과 인터넷 보급이라는 양적인 면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활용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많은 부작용을 노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시 말해서 정보사회를 구축하는 밑바탕인 하드웨어적인 인프라는 훌륭하지만 이를 운용하는 마인드, 즉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사회는 온라인 공간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망 접속을 통해 수평적 네트워크를 조직해 권위주의 타파와 열린사회를 지향함으로써 다양한 사회적 에너지를 결집하는 등 많은 긍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월드컵 때 붉은 악마나 촛불시위 등이 좋은 일례일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자정부만 보더라도, 국민들에게 양방향 행정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터넷이 행정의 효율성 제고는 물론 국민의 편리함을 도모하는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화 도구로 확고한 위치에 올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밖에 경제에서도 e무역과 e거래 확산으로 거래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되고 투명성 확보는 물론, 경제 활동의 다양화 등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어 정보화의 경제성은 대단하다.
하지만 정보화의 역기능 또한 갈수록 그 해악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부인할 수가 없다. IT 기술의 엄청난 발전 속도에 발맞춰 사람들의 의식도 자연스럽게 고양·변화돼야 함에도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정보화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그 깊숙한 이면에 숨겨져 있던 부정적인 요소들이 하나 둘씩 돌출됨으로써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 구축한 초고속망이나 회사 전산망이 게임 도구로 전락해 되레 업무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웃지 못할 현상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문제는 업무 효율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익명성을 앞세운 각종 사이버 테러와 범죄, 불륜 등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병리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이버중독이나 개인정보 침해, 집단간 갈등, 각종 신드롬 기현상, 정보 격차의 심화 등 역기능으로 우리 사회는 심각한 속병을 앓고 있다. 남녀 간의 불륜을 조장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휴대폰만 보더라도 아무리 좋은 정보 도구일지라도 잘못 사용하면 이기가 아니라 흉기가 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본보기다.
IT선진국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도덕적, 정신적, 문화적 토양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면 그것은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쓸모없는 기술일 뿐이다. 이제 IT 기술선진국에 걸맞은 의식의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보화의 목적은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우리의 정보사회가 ‘악의 꽃’을 키우는 온상이 되지 않도록 이제부터라도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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