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한국 내에 연구개발(R&D) 센터 발족식을 가졌다.
세계 최고 기업의 행사답게 정부의 고위 공무원이 참석해 인사말을 했고 국내외 많은 언론이 경쟁적으로 취재를 했다.
이미 지난해 8월 29일 크레이그 배럿 인텔 최고 경영자가 방한해 R&D 센터 설립을 공언한 만큼 이번에는 뭔가 구체적이고 새로운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정작 이날 발표된 것은 7개월 전 인텔이 공식 배포한 자료와 거의 차별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구체적으로 R&D 센터가 어디에 설치되고 어떻게 운영될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인텔 측은 특히 얼마를 투자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 지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연구 개발 주제에 대한 언급도 7개월 전 버전에서 업그레이된 것이 없었다.
게다가 인텔은 자신이 어긴 약속에 대한 해명도 없었다. 인텔의 CEO는 지난해 8월 말 방문 때 지난해 말까지 R&D센터 설립을 공언했다. 그러나 그동안 설립이 지체된 것에 대한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3월이 되어서야 개소식도 아닌 발족식을 하면서 설립이 지체된 사유에 대한 경과 보고도 과감하게 생략해 버린 것이다.
R&D센터 설립 발표 이후 6개월이 넘도록 결정된 것은 고작 초대 소장을 선임하고 발족식을 해보자는 것 이외에 없어 보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은 것도 포괄적인 협력 이외에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다.
그저 한국인들은 인텔이 말하는 대로만 받아들이면 되며 발표된 것 이외에는 모두 비밀이니 더 이상 궁금해하지 말라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정부도 뭔가 조급함에 쫓기는 분위기다. 성과에 치우친 나머지 ‘발족식 퍼레이드’에 만족해 하지 말고 외국계 기업들이 실제로 한국 경제에 어떻게 이바지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외국계 기업에 최첨단 통신네트워크와 우수한 소비자군만을 빌려주고 실속 하나 챙기지 못할까 우려된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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