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 홀로 전산화` 문제 많다

 국내 기업들의 정보화가 기업간 협업시스템이 제대로 못 갖춰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볼 때 크나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기업들의 폐쇄적인 기업문화 풍토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업간전자상거래(B2B) 활성화에 악영향을 줘 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보통신부가 12대 업종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정보화 수준평가’에 따르면, 작년 우리 기업들의 정보화 수준은 51.2점으로 전년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설비투자를 축소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정보화 수준이 상승했다는 것에서 기업들의 우선 투자 대상이 정보화라 것을 읽을 수 있다. 비록 양적 성장은 정체 또는 둔화하였지만 기업들의 정보화 투자가 정보시스템 도입에 치중하는 데서 벗어나 투자대비 효과를 중시하는 질적인 성과에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등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정보화 투자 마인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긴 했지만 정보화 활용 측면에서는 아직도 개선해야할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다.

 ‘정보의 공유’가 지식 정보화 사회의 미덕 중 하나임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전사자원관리(ERP)나 공급망관리(SCM), 고객관리(CRM) 등 주요 정보화 솔루션을 도입한 것은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경우 ERP나 전자결제시스템 같은 기업 내 정보시스템 도입은 아주 활발한 반면, 산업 가치사슬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업 간 시스템이나 기업 내 시스템 통합에는 소홀해 업종별 프로세스 통합에 따른 정보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폐쇄적인 경영체질 때문에 SCM 도입률은 전체 기업 중 20% 수준에 머물러 있고 중소기업의 경우는 고작 8.2%로 나타나 정보화를 활용한 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기대 이하인 것은 여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거액을 투입해 뛰어난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더라도 협력업체 등과 시스템을 통합하지 않은 채 사용하고 있다면 이는 투자대비 효용성 차원에서 비효율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나 홀로 정보화’는 기업은 물론 국가 산업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디지털 정보화시대를 맞아 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기업들은 리스크를 줄이고 살아남기 위한 윈윈전략의 일환으로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있다. 손을 잡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내 모습이 투명하게 비춰져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폐쇄적인 기업문화로는 인터넷시대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물론 기업 간 시스템 통합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모두 기업 탓으로 돌리는 것도 무리라고 본다. 거래의 투명성 문제 외에도 가격 협상 등 인간적인 요소를 감안한 소홀히 할 수 없는 관행들을 고려한 솔루션이 많지 않다는 것도 B2B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이다. 또한 기술적으로 거래물품의 분류와 인식체계가 표준화되지 못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점이긴 하다. 하지만 기업들도 협력업체들과의 전자적인 협업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나름대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도 중소기업과 정보화가 취약한 영역에 대한 지원사업을 강화해, 주요 산업별 대표기업과 협력사간의 협업모델을 개발하여 기업간 협업 모델 확산을 통한 정보화 수준 제고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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