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애니메이션 `찬밥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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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방송사의 푸대접이 여전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지난 2일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체 애니메이션 중 국산 의무방영 비율만을 명시했던 현행 규정에 지상파의 경우 전체 방송시간 중 국산 방영비율을 준수해야 하는 ‘애니메이션 총량제’가 추가됐지만 방송사들의 준비가 부족해 제도 정착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가 최근 발간한 ‘2003 TV 애니메이션 방영모니터 자료집’에 따르면 지난해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전체 애니메이션 대비 국산 애니메이션 방영 비율은 각각 49.4%, 54.5%, 44.2%로 100분의 45 이상을 국산 애니메이션에 할애해야 한다는 방송프로그램편성비율고시를 잘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산 애니메이션 방영비율이 가장 낮은 SBS가 실제 방영시간은 5900분인데 반해 반영비율이 가장 높은 MBC는 오히려 2926분으로 편성시간이 가장 짧았다. 이는 MBC가 전체 애니메이션 중 국산 의무방영 비율만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방송법을 악용, 전체 애니메이션 방영시간을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MBC의 전체 애니메이션 방영시간은 5372분으로 KBS(1만2495분)와 SBS(1만3344분)에 크게 못 미쳤다.

 MBC는 특히 애니메이션 대부분을 주 시청자들이 보기 힘든 16:30∼17:00 시간대에 편성함으로써 그나마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의 시청률을 낮추고 있다. KBS는 황금시간대인 18:00∼18:30에 애니메이션을 많이 배정했다.

 한편 전체 애니메이션 중 8%만을 국산애니메이션으로 방영하면되는 EBS는 19.7%를 국산 애니메이션에 할애하고 그 중 56.5%를 국산 신규 애니메이션 방영에 배정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반면, 애니메이션 전문채널인 투니버스와 애니원은 각각 26.25%와 7.77%의 국산 방영비율을 유지하면서 과태료를 내는 쪽을 택해 대조가 된다.

 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의 이교정 전무는 “애니메이션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총량제가 이번 방송법 개정안에 반영됨으로써 국산 애니메이션 발전의 발판이 마련됐다. 하지만 방송사들이 법안 통과에 거의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1년 정도는 지나야 실제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