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추진위원회가 발표한 국가기간전산시스템 운영실태 점검 결과를 보면 우리가 ‘IT강국’이라고 자랑하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다. 주민등록증이나 면허증 발급 등 대국민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기간전산시스템의 장애율이 선진조사기관에서 제시하는 표준보다 6∼7배 높게 나타났다니 두말할 나위없다.
국가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주요 22개 기관의 37개 시스템만 조사한 것이긴 하지만 이들 시스템이 지난 한해동안 매월 평균 1.5회 정도씩 오류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매월 평균 30여분 동안 대민 서비스가 중단됐다는 것은 문제가 많아도 여간 많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전산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기본 설비는 제대로 갖췄는데도 이처럼 장애율이 높다는 것은 시스템 운영능력 미흡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작년 말 교통전산망과 주민전산망 등 주요 국가전산망의 가동이 잇따라 중단됐던 소동도 외부의 해킹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 아닌 내부 관리 소홀 때문이었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그만큼 정부 기관들이 운영에 대한 전문적인 노하우를 확보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망 관리를 해왔음을 말해주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방화벽, 침입탐지시스템 등 보안시스템을 설치해 놓은 기관이라 하더라도 이를 거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만 봐도 짐작하고도 남는다. 일부 기관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비용을 투입해 들여놓은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낭비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전산요원에 대한 정보보호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데다 보안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빚어진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해킹이나 바이러스 침투시 어떻게 할 지 걱정이다. 게다가 민원서비스(G4C), 국세청 홈텍스서비스(HTS) 등 전체의 81%가 원격지 백업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자연재해는 물론 인위적인 재난에 무방비 상태라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보완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가전산망은 인프라가 복잡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어느 때든 가동이 중단될 수 있는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시스템 장애 시 국민들이 겪을 수 있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시스템의 안정성 확보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완벽한 재난복구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스템운영 관리 절차 규정을 명확히 하고, 철저한 유지 보수시스템도 서둘러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번 운영실태 조사는 비록 기간이 짧았고 오류를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이 없이 산정되어 신뢰성 문제도 제기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는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차제에 이를 정례화하고 기관별 전산시스템의 오류에 대한 지침 표준화 작업도 뒤따라야할 것이다.
장비를 제대로 갖추어 놓고도 관리를 소홀하게 해서 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우리 주변에서는 허다하다. 모두가 인재인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지금부터라도 전산인력에 대한 정보보호와 보안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 전산시스템 운영 전문요원 양성에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원격지 백업시스템 구축 등 범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종합적인 대책 마련해사후약방문식의 땜질처방인 아닌 완벽한 국가전산망이 구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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