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상품 유통 구조부터 개선을
캐릭터산업 발전을 위해 유통체계 혁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 캐릭터회사가 대형 유통업체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어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침해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직원 10명 미만의 영세 캐릭터회사가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대형 유통사를 소송 상대로 삼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상대적 약자의 입장에 있었던 영세한 캐릭터 업체가 제 목소리를 낸 일대 사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사건이 업계에 알려지면서 다른 캐릭터회사들도 유통사들과의 계약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조사하기로 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사건의 발단=인기 캐릭터 ‘뽀글이’의 저작업체인 앤캐릭(대표 이양우)이 지난해 12월 대형 완구유통업체인 S사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S사가 앤캐릭 허락 없이 ‘뽀글이’를 활용한 기능성 방석 3000여장을 생산·판매해 왔다는 주장이다. 앤캐릭 측은 “지난해 5월 S사와 ‘뽀글이’ 방석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후 수 개월이 지나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생산계획이 없음을 알려와 계약을 해지했다. 그런데 전혀 생산하지 않았다는 ‘뽀글이’ 방석이 실제로는 대량으로 유통된 정황을 포착했다. 그럼에도 S사가 말 바꾸기에 급급해 법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뽀글이’의 저작권 자문을 맡고 있는 이카피의 곽성기 대표도 “감사 결과 ‘뽀글이’ 방석용으로 4000개의 원단이 생산돼 이 중 2700개가 남아 있었다. 정확한 재고현황이 파악되지 않아 원단이 모두 완제품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타 증빙서류도 뽀글이 방석이 무단 생산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캐릭터 무단사용으로 촉발된 양측의 대립은 앤캐릭 측이 조사 과정에서 ‘뽀글이’휴대폰 줄과 인형에 대한 판매수량 누락 의혹을 새롭게 제기함에 따라 ‘뽀글이’ 상품 전체로 확대될 조짐이다. 앤캐릭 측은 ‘캐릭터 불법사용으로 계약이 해지됐으니 ‘뽀글이’ 제품 생산을 전면중지하라’는 내용의 최고장을 보낸 상태다.
이에 대해 S사 측은 “잘 못이 있으면 보상하겠지만 앤캐릭의 요구는 다소 과도한 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S사 법무팀의 이모 부장은 “샘플 작업 등에서의 실수로 휴대폰 줄과 인형의 판매수량 누락사실이 일부 확인돼 적절한 보상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기능성 방석에 대한 캐릭터 사용승인이 없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앤캐릭을 속이려 했다면 재고 수량 같은 관련자료를 있는 그대로 넘겨줬겠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합리적인 유통구조 만드는 계기로=캐릭터 업계는 ‘뽀글이’와 같은 사건이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이 사건이 알려지자 아이코닉스, 부즈 등 다른 캐릭터회사들이 유통업체들과의 계약관계를 정밀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역사가 짧은 캐릭터 산업의 수급체계가 ‘힘센’ 유통사들의 관행에 따라 좌우돼 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극소수 유명 캐릭터를 제외한 대다수 일반 캐릭터 원작자들에게는 상품 제작 회사에 목을 맬 수밖에 없어 제작사나 유통사의 구두계약 또는 사후승인 등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영세한 환경에 처해 있다. 또 무자료 거래가 성행해 계약서보다 많은 수의 제품이 생산돼도 증거확보가 힘들었다. 계약기간 종료 후에 제품이 생산되기도 하고 문제 발생시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 전문인력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는 이번 사건이 합리적인 캐릭터 상품 라이선싱 구조를 확립하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마무리되기를 원하고 있다. 여기에는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기 상황에서 대형 완구 유통사인 S사가 타격을 입을 경우 캐릭터 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게으른 고양이 딩가’로 유명한 아이코닉스의 최종일 사장은 “S사의 기초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계약기간이 완료됐는데도 판매중인 제품이 발견되기도 했다”며 “의도적인 행동으로 확인되면 적절한 대응을 하겠지만 감정적으로만 대응할 수는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우선 정확한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이어 “유통사와 좋은 관계인 경우도 많다”고 전제한 후 “이번 사건은 서로간에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생긴 문제로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캐릭터 업체와 이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업체 간에 좀더 긴밀한 협의가 이루어지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구로경찰서에 접수된 이번 ‘뽀글이’사건은 현재 기초조사가 마무리 단계여서 조만간 검찰로 이관될 예정이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