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가전 `수난시대`

토종 앞에서 맥 못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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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가전제품이 토종 가전에 밀려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기능이나 가격면에서 외산가전이 국내 가전에 비해 뚜렷한 장점이 없어지면서 최근 가전품의 수입량 자체가 급격히 하락하는 등 ‘수입가전 수난시대’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외산가전의 주요 판매처로 각광받아온 백화점 고급 매장에서 마저 퇴출위기에 처해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컬러TV(25인치 이상) 수입액은 481만 달러로 전년 대비 94%나 감소했다. 주요 수입가전인 400리터 이상 대형냉장고와 에어컨 역시 각각 11%와 3%씩 수입량이 감소했다. 수입가전의 독무대로 인식돼 온 다리미, 전기밥솥 등 소형가전 역시 급격한 수입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내 롯데백화점의 지난달 수입TV 판매총액은 15억원.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한 액수다. 냉장고와 세탁기 역시 19억원으로 10% 이상 판매액이 감소했다.

장동호 롯데백화점 가전담당 바이어는 “더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정도로 외산가전 매출은 바닥”이라며 “백화점이라는 채널 특성상 구색갖추기용으로 수입가전 코너를 유지하고 있지만 매출성적으로 봐서는 당장 퇴출감”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본점내 소니 매장은 지난달 일시 폐점되기도 했다.

이같은 사정은 양판점, 할인점 등 다른 유통채널도 마찬가지. 하이마트의 김동진 과장은 “최근들어 GE, 일렉트로룩스 등의 판매 모델을 대폭 늘려 판촉에 나서고 있으나, 국산제품에 비해 판매비중이 1%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랜드는 최근 중국산 수입TV 등의 판매를 할인점인 까르푸측에 넘기고 해당제품의 애프터서비스만 담당하고 있다. 판매 감소가 가장 큰 이유라는게 전자랜드측의 설명이다. 할인점인 홈플러스도 지난달 수입TV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에 그쳤다.

가전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삼성·LG·대우 등 국내 가전업체 제품의 품질이 크게 향상됐고, 특히 토종 가전에는 한국인의 생활패턴에 최적화된 기능이 많아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