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com)이 한참 세인의 관심을 끌어 모으던 지난 2000년, 인터넷을 둘러싼 유행어가 숱하게 번졌다. 이가운데 IT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두고 인터넷을 빗댄 분류가 가장 눈길을 끈다.
이른바 ‘닷컴 분류법’. IT 종사자의 능력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마우스(mouse) 닷컴’이다. 모든 일에 앞서 말이 우선하는 부류의 사람을 일컫는다. 또 오인하게 할 수 있을 만큼 현학적인 말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사람들을 총칭한다. 당시 인터넷산업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마우스 닷컴’은 거의 선구자적인 존재로 추앙받기도 했다.
두 번째가 ‘플랜(plan) 닷컴’이다. 일을 시작하는데 앞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계획이다. ‘플랜 닷컴’은 기획 능력이 우수한 사람을 뜻한다. 닷컴 부흥시대,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탄생했다. 초기 자본금을 찾기 위해 사업자들은 저마다 한 꾸러미씩의 사업계획서를 들고 다녔다. 아직 실체가 보이지 않는 가능성에 대한 사업을 점치는데 사업계획서만큼 확연한 게 없기 때문이다. ‘플랜 닷컴’은 사업을 어떻게 꾸려나가고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 그 과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액션(action) 닷컴’이다. 몸으로 부딪치며 일을 해결하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계획이 정해졌으면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실수를 거듭해가며 경험을 쌓아 성공하는 사람들이다. ‘액션 닷컴’은 인터넷 거품이 사라지면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부류의 사람들로 재평가 받았다. 사업을 알리고 계획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말이나 계획은 궁극적으로 행동하기 위한 사전의 준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역동적인 조직은 결국 ‘액션 닷컴’이 만들어간다.
청년실업이 50만 명을 육박한다. 한편에 선 일할 사람이 없다고 투덜댄다. IT업계에서 일손이 부족하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액션 닷컴’을 원한다. 하지만 정작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의 능력이나 바램은 ‘마우스 닷컴’ 또는 ‘플랜 닷컴’이다. 아직도 ‘거품의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하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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