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 CMO]박재희 한국이엠씨컴퓨터시스템즈 마케팅 이사

 일반인들이 어떤 특정 직업에서 또는 직책에서 연상하는 스테레오타입이라는 게 있다면 또 그 고정된 관념을 깨는 사람이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한국EMC컴퓨터시스템즈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박재희 이사(40)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를 만나기 앞서 한국EMC의 첫 여성 임원이자 이 회사 최초로 30대에 임원으로 발탁됐다는 화려한 타이틀을 듣고 기자는 틀림없이 일 중독에 걸려 있을 예민하고 냉철한 성격의 소유자를 만나게 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처음 만난 그는 머리를 뒤로 가지런히 묶어 나이에 비해 앳되어 보이고 꿈을 꾸는 소녀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언뜻 보이는 인상은 승부근성이 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장부의 모습보다는 머리카락이 흘러 내리고 눈 화장이 약간 번져도 개의치 않는 느긋함과 여유가 풍겼다.

 이런 소감을 전하자 “18년 째 IT 분야에 종사해 오고 있지만 한때 방송작가를 동경했던 적도 있다.”라는 다소 엉뚱한 고백이 튀어나온다. 1992년 IT업체에 근무하면서 잠시 방송작가 과정을 공부하고 필명으로 단막극 시나리오를 몇 편 지어 브라운관에 올리기도 했던 무명 작가 시절이 있었단다. 그는 시쳇말로 투잡스 족의 1세대인 셈이다.

 “일에 몰입하고 중독되기 보다는 일에 치이기 싫어 해버리는 성미입니다. 또 지루한 것을 무엇보다 참기 힘들어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재미를 찾지 못하면 일이라도 재미있게 해야 직성이 풀리죠.”

재미있게 일을 하는 법. 그것이 그가 성공의 궤적을 그려온 노하우가 아닐까.

박 이사는 1997년 한국EMC에 과장으로 입사해 6년 만에 이사로 초고속 승진했다. EMC에 들어온 입사 순서로 열 여섯 번째라는 그는 EMC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25년간 스토리지라는 한 우물을 파면서 60억 달러 매출 규모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고집과 아직 남아 있는 벤처 시절의 민첩한 기질, 그리고 주방가구업체를 모(母) 업체로 해 탄생한 이력 등 EMC는 나름의 독특한 문화와 철학을 갖고 있는 매력적인 회사입니다.”

 지난해 레가토시스템즈와 다큐멘텀 등 솔루션업체를 잇달아 인수해 올해 통합된 마케팅 전략으로 고객들에게 새로이 접근해야 하는 EMC에게 2004년은 아주 중요한 해다. 그만큼 국내 마케팅을 총 지휘하는 박 이사의 어깨에도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박 이사는 올해 ‘정보생명관리주기(ILM)’라는 화두로 통합된 법인의 정체성을 만들고 내실을 다져갈 방침이다.

  “2004년은 한국EMC가 비로소 유아기를 지나 제대로 걸음을 내딛는 해가 될 것입니다. 외형을 키우는 데 마케팅을 치중해왔다면 이제부터는 한국EMC라는 회사가 산업에 영향력을 미치는 솔루션 벤더로서 당당히 자리매김하기 위해 ILM 등 시장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마케팅이나 사용자 교육 등 장기적인 전략을 구사할 계획입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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