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앤디디비 이태환 상무 thlee@leeddb.com
옛날 옛적 우리 아들놈 처음으로 이 빠진 날. 명주실에 묶여 달랑거리는 그 이빨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무척 고민했던 적이 있다. `그냥 쓰레기통에 버릴까?` , `마라도나는 딸의 이로 목걸이를 만들었다는데...` 고심 끝에 아들놈의 손을 잡고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오래 전 아버지가 나에게 해주셨던 일을 기억해냈다.
"자∼`까치야, 까치야, 헌 이 가져가고 새 이 다오∼` 하면서 지붕위로 이를 던져. 그래야 새 이가 난다." 나는 아들녀석에게 동화적인 추억을 만들어 주는 좋은 아빠가 될 기회라 생각하며 계속 재촉했다. "자자.. 까치가 왔다, 빨리 던져∼!" 그런데 이 녀석, 자기 이만 쳐다볼 뿐 별 반응이 없다. "너 새 이 안 나면 어쩌려구∼" 하면서 겁을 주자 이놈은 머뭇머뭇 이렇게 말했다. "아빠.. 근데...까치가 그걸 좋아할까?"
광고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통념적으로 우리의 타겟은 이런 소재와 이런 내용의 광고를 좋아할 것이라 일축하며 위안을 삼을 때가 있다. 하지만 문득문득 `요즘 애들이 정말 이런 걸 좋아할까?`, `아줌마들이 정말 이런 말을 좋아할까`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이럴 땐 일단 易地思之의 자세로 그들과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고 생각의 물꼬를 튼다. 그러나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내가 어떻게 빡빡 깎은 머리에 피어싱한 애들이 되고 빠글빠글 파마머리에 세 겹 뱃살 접힌 아줌마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본질적인 `그들`이 아니라, 나의 추측에 의존한 `일종의 편견` 하에서 그들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은 역지사지가 아니라 `억지사지`일 뿐이다.
내가 제시하는 대안은 이렇다. 내가 `그들`이라고 생각하기보다 `그들`이 그냥 `나`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말장난 같이 들릴 수도 있지만, 이렇게 살짝 비틀어 생각했을 때 그 사고의 산물에는 큰 차이가 있다.
최근 e-편한 세상 광고도 그런 경우 중 하나다. 아파트 광고의 주 타켓은 주부였다. 그렇기에 처음 광고를 구상할 때는 우선 주부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 주부들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를 떠올려보려 애썼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곱씹을수록 뭔가 허상을 좆는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그때 생각을 바꾸어 `주부들도 나와 똑같다` 라고 접근하자 해답은 의외로 쉽게 찾아졌다. 그들도 조금 더 넒은 공간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유쾌한 한때를 보내고 싶어하는 나와 똑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광고를 만들 때 우리는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라는 선을 그어 구분하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은 전달방식을 효율화 하기 위한 일종의 껍데기에 대한 구분일 뿐이다. 인간의 본질에는 구분이 없다. 광고는 깊숙한 인간의 본질적 특성에 호소해야 비로소 진실하고 쉬워진다. 나나 우리 아들이나 헌 이빨을 새 이빨로 바꿔주며 밑지는 장사를 하고 싶지 않듯, 사람의 마음은 꼭 같다. 우리는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고, 웃고 싶고, 사랑 받고 싶은… 누구든 `사람`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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