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하도급 관행은 건설현장만도 못하다"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단절의지에도 불구하고 대형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의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횡포가 일선 프로젝트현장에서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행정·국방 분야의 대형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대기업 SI업체들의 일방적인 협력 업체 선정 및 변경과 핵심기술 빼가기 등 고질적인 병폐가 난무하며 솔루션 업체들의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과 함께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등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덤핑 강요와 기술 빼가기=지난 수년간 국방 전술 C4I사업에 참여해온 중소 전문 업체인 I사는 최근 주관 사업자인 대형 SI업체로부터 조달청 수주 금액의 30%에 용역을 수행할 것을 요구받고 이를 거부하자 협력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더욱이 주관사업자는 I사 모르게 I사의 하도급 업체로 승인된 전문 업체와 직접 접촉해 물품 공급을 추진, 대형 및 중소 업체간 갈등이 지적재산권 침해에 따른 법정 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I사 관계자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은 업체가 대기업이라는 이름 하나로 모든 이익을 챙기는 지금과 같은 현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결국, 대기업의 횡포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영업 적자와 함께 핵심 기술마저 도둑 맞게 됐다”고 토로했다.

 ◇일방적인 줄서기 강요=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국가 전자무역 포털 사업도 주관 SI사업자와 협력 업체간 역할 분담 문제로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다. 최초 제안서 내용이 실제 사업 수행 과정에서 변경되면서 주관사업자와 4개 전문 협력 업체들간 업무 조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행자부가 추진하는 시도행정정보화사업의 솔루션 선정 과정도 국내 SI업계에 만연한 협력업체 줄 세우기 관행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로 지적되면서 중소 전문업체들의 집단적인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실제 사업에 들어갈 11개 핵심 솔루션에 대한 어떠한 기술 테스트(BMT)나 시현도 없이 주관 사업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협력 업체를 말 그대로 ‘주관적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사실상 묵인했다는 것이 전문 솔루션 업체들의 주장.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 전문 업체인 K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주관사업자를 통해 이미 정해진 일(SW 공급업체 선정)을 가지고 정부가 공개 입찰을 하겠다며 국산 SW업체들에게 들러리를 서달라는 식의 처사는 정말 참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IT전문 단체 한 관계자도 “국내 정보화 프로젝트 현장에 만연한 대형 SI업체와 전문 협력업체간 갈등 구조는 사업 수주 금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실제 하청업체에 반드시 지급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는 건설 현장만도 못하다”고 지적하며 “오죽하면 대형 SI업체들이 죽어야 우리나라 정보화가 산다는 주장까지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김원배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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