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자 부품·소재 업체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중소·중견 업체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연초 수립한 사업 계획을 재조정하는 등 국제 원자재 가격 파동이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측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경기 회복과 맞물려 중국이 주요 원자재를 대량 수입하면서 동·주석·알루미늄·코발트 등 비철금속을 포함한 유리섬유·석유화학류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작년 초 대비 최대 4배 가까이 급등, 부품·소재 업계에 주름살을 짓게 하고 있다.
부품·소재 업체들은 세트 업체가 원자재 가격 인상폭만큼을 납품 가격에 반영하는 데 인색해 물류혁신·전산화도입·공정 혁신 등을 통해 생산 원가를 낮추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년 만에 47%가 오른 주석은 납 솔더에서 차지하는 원자재 비중이 60∼63%, 무연 솔더에서는 무려 95%에 육박, 원가부담이 커지고 있다. 에코조인의 한 관계자는 “주석 가격이 급등하자 생산 원가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일부 솔더 업체들은 제품 출하를 꺼리고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해 2월 6일 현재 톤당 1422달러였으나 이달 6일 현재 톤당 1658달러로 1년 만에 약 17% 인상됐다. 전해콘덴서 업계를 비롯한 알루미늄에칭 박 업체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삼영전자의 한 관계자는 “알루미늄 박 가격이 콘덴서에서 50∼10%를 차지, 원가부담이 된다”며 “1차 소재 공급 업체들과 가격 인상 시점을 논의하지만 합의점 도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쇄회로기판(PCB)·편향코일의 주요 원자재인 동 가격은 6일 현재 작년 초 대비 56.2% 급증한 톤당 2만5733달러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파츠닉의 한 관계자는 “편향코일 제조 원가의 상당 부분을 동이 차지, 물류혁신 등을 통해 원가를 절감한다”며 “그렇지만 원자재 수급 불안 지속이 예상돼 사업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PCB 업체들은 유리섬유·석유화학 제품 등의 가격 인상으로 원판(CCL)·드라이 필름 등 업체들마저 원자재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는 데다 세트 업체의 납품단가 요구는 오히려 거세지자 생산 설비를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2차 전지 양극 활물질 원자재인 코발트 가격은 작년 2월 6일 현재 파운드당 7.7∼8.2달러에 거래됐으나 이달 6일 현재 파운드당 26.50∼28달러로 약 244% 가량 올랐다. 연초 대비 경우 그 인상폭은 무려 4배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2차 전지 업체들은 원자재 32%를 차지하는 코발트 가격이 폭등하는 반면 단가하락은 계속되자 채산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전자산업진흥회 부품소재산업팀의 임호기 팀장은 “원자재 가격 인상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부품·소재 업체의 국제 경쟁력 약화를 불러오고 더 나아가 생산 설비의 해외 이전을 한층 가속화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완제품 업체들은 철강 업체와 장기적인 공급계약을 맺고 있어 당장은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도 공급부족이 장기화되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에어컨을 비롯해 세탁기, 냉장고 등에 철판이 많이 사용되지만 포스코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3개월 단위로 재협상을 하기 때문에 아직은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만, 원자재 가격인상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각종 원가절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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