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W살리기` 공공기관이 앞장서라

 소프트웨어(SW)시장에서 폐단이 많아 가능한 한 없애기 위해 관련 법까지 개정했는데도 불구하고 SW 최저가격 입찰 방식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SW담당 주무부처로서 솔선수범해야 할 정보통신부 전산관리소가 아무리 전산장비 유지보수용역 사업이라 하더라도 최저가낙찰제로 용역 업체를 선정했다고 하니 여타 공공기관이나 지자체는 두말할 나위 없다. 지난해말부터 지금까지 실시된 공공기관의 SW입찰 110건 가운데 70.9%가 최저가 낙찰 방식으로 결정났다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조사 결과가 이를 대변해준다. 가뜩이나 어려운 SW업계의 경영 개선은 차치하고라도 그나마 살아나고 있는 개발의욕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처럼 SW최저가 낙찰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을 수 있다. 정통부와 재정경제부가 SW입찰가격 평가 방식을 개선한 ‘국가계약법 시행령’이 공포된 지 이제 한달밖에 안됐고 홍보도 제대로 안된 결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도 핵심이 되는 ‘협상에 의한 계약 체결 방법’을 강제가 아닌 선택 조항으로 규정해 발주기관 맘대로 유리한 방식을 채택하게끔 한 것이 더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법이 이렇다 보니 발주기관으로서는 당연히 자기들에게 유리한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를 선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를 나무라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마디로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들이 프로젝트에 좀더 많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덤핑에 따른 사업의 부실화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법 개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최저가 낙찰제도는 선진국에서 일반화한 제도이고 이것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입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제안돼 채택됐다. 공공기관은 싼 가격에 양질의 제품을 공급받고, 기업은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안정적으로 대형 수요처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역기능도 만만치 않았다. 시스템통합(SI)부문의 경우 수주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정가보다 크게 밑도는 저가로 낙찰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작년에는 13억원이나 되는 공공프로젝트가 단돈 1원에 낙찰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이려니와 사업의 부실을 초래할 우려도 높은 게 사실이다. 특히 SW는 개발 원가산정이 사실상 애매한데다 발주기관에서 ‘공짜’로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덤핑 유혹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저가 입찰을 하는 업체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업계나 산업적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자해행위라는 것을 인식해야 힌다.

 더구나 법은 만들어져 있는데 공공기관이 이를 외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들이 낙찰을 받아 이들이 더욱 열심히 SW개발에 매진할 때 우리나라의 SW산업이 한 차원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이는 ‘제값 내고 SW를 쓰는’ 풍토가 조성될 때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입찰방식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솔선 수범해야 할 것이다. 특히 SW는 지식정보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필수 불가결한 핵심 기술일 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세계 각국이 SW산업 육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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