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전송방식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작년 말 한달여에 걸쳐 실시한 디지털TV 해외실태 조사결과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뒤늦긴 했지만 다행한 일이다. 보고서에는 주요 쟁점인 △미국방식(AT SC)의 고정수신 성능 △유럽방식(DVD-T)의 HDTV 이동수신 가능성 △이동수신 관련 현황 △HDTV방송서비스 제공현황 및 전망 △단일주파수망(STN) 관련 사항 등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는 전체적으로 국내 상황에 유럽식보다는 미국방식이 더 적합한 것으로 요약했다고 한다. 물론 이 보고서는 전송방식을 미국식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유럽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미국식과 유럽식이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래서 어떤 방식이든 정책적 선택의 문제라는 점을 누차 언급한 바 있다.
미국식이든 유럽식이든 개선 가능성은 모두 안고 있으며 어느 일방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보고서가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되기보다는 이제는 그간 4년 여 째 끌어 온 전송방식 논쟁을 끝내는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양측이 평행선을 긋는 지금까지의 논쟁을 계속해 봤자 우리한테 이득이 별로 없는 까닭이다. 지금 어느 쪽을 선택하든 결정 지연에 따른 손실은 우리가 감내해야 하고 결정이 늦으면 그만큼 우리 피해만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지상파방송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나라 디지털 TV제품이 시장경쟁력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전송방식 논쟁을 빨리 종식시키지 못하면 지금 우위에 있는 시장 경쟁력도 지키기 어렵다.
가전업체들은 정부와 방송사 간 전송방식 논쟁에 따른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전송방식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TV 판매감소 등으로 인한 손실이 2조원 가량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디지털 및 고선명(HDTV) 방송을 토대로 시장 확대를 노려온 케이블TV와 위성방송업체도 가입자 확대가 어렵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가전업계는 디지털TV 개시에 대비해 투입한 그간의 비용부담을 떠안게 된 데다 내수를 발판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겠다는 수출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어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양측이 자기 주장만 내세운다면 안될 일이다.
잘 아는 것처럼 디지털 기술시대에 시간은 자산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시간이 지나면 낙후되기 마련이다. 기술은 시간과 다투며 발전한다. 때문에 우리가 전송방식의 우열에 대한 논쟁을 계속하는 것은 디지털 TV나 국내 가전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실익이 없다고 본다. 우리가 전송방송을 둘러싸고 논쟁하는 사이 디지털기술은 저만큼 발전해 있을 것이다.
이제 정부는 디지털TV 전송방식을 둘러싼 결정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빨리 결정해야 한다. 그 기준은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아니라 사용자 편익과 산업적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삼아야 함을 재론의 여지가 없다. 사용자들이 최고의 화질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그것이 시장확대를 가져와 기업과 국가경제 성장에 디딤돌이 되도록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디지털TV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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