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DVD 불공정 행위 혐의
대용량·고화질(HD)의 영상을 담을 수 있는 차세대 DVD 표준에 대한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법무부가 소니·마쓰시타·필립스·삼성 등 9개 기업으로 구성된 ‘블루레이’ 그룹의 불공정 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고 26일자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주요 가전 업체와 정보기술(IT) 및 영화업계가 차세대 DVD플레이어 표준을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현재 차세대 DVD 표준 경쟁은 기존 DVD보다 6배 많은 27GB의 저장 용량을 자랑하는 블루레이 방식과 기존 DVD를 함께 재생할 수 있는 도시바·NEC 주도의 HD DVD가 경쟁하고 있다. 이 표준 전쟁의 승패에 따라 차세대 DVD 시장 장비 판매와 막대한 로열티 수입의 향배가 결정돼 관련 업계는 결과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블루레이 그룹에 대한 이번 조사가 공식적인 수사로 이어져 이들 업체에 대한 소환까지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법무부는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하고 있으며 소니와 마쓰시타도 “법무부 조사는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과거에도 대형 전자업체들이 자사 기술을 업계 표준으로 삼기 위해 활동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를 했는지를 조사한 바 있다. DVD 관련 표준을 결정하는 DVD포럼은 회원사에 장비 및 제품 가격 담합 등 반경쟁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DVD포럼은 지난해 11월 조정위원회에서 블루레이측이 표결에 참가하지 않은 가운데 HD DVD 진영의 도시바와 NEC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업계에선 양측의 경쟁이 지속되면 소비자들이 차세대 DVD 구입을 미뤄 시장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소비 진작을 통해 대량 생산이 이뤄져야 가격이 떨어져 시장이 개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HP와 델이 최근 블루레이 포맷을 지지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DVD포럼 회원사에 자사 윈도 미디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도록 로비하는 등 IT 업계도 차세대 DVD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영화계는 불법 복제를 우려, 고화질 DVD의 등장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