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IT업계에 기업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고 한다. 올들어 벌써 20여건의 M&A가 성사됐고 중소 벤처기업간 크고 작은 영업 양수도 계약과 경영권 매각도 하루가 멀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실 벤처기업의 퇴출과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의 육성이라는 구조조정 측면에서 보면 이같은 IT업계의 M&A 바람은 바람직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특히 벤처전문가들이 벤처생태계의 건전성과 역동성을 선순환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끊임없이 M&A활성화를 제기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IT벤처산업의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도 기대된다. 때문에 우리는 이번 기회에 주변여건을 성숙시켜 M&A가 더욱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 한해 IT업계에 최대 화두가 기업 구조조정, 특히 M&A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M&A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코스닥등록기업이 300여개사에 이르고 M&A투자를 목적으로 결성된 사모펀드가 1700여개 57조원 규모에 달하는 등 시장기반이 풍부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벤처기업의 신주와 구주 주식교환(스왑)이 가능하도록 한 새로운 법규정이 오는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M&A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M&A가 활발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자금력이 있는 기업의 경우 경기회복에 발맞춰 신성장 엔진을 장착해야 한다는 욕구가 강하고 나머지 기업들도 적절한 M&A를 통해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올해부터 코스닥시장의 진입요건과 퇴출기준이 강화된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이미 M&A했거나 이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사업다각화 또는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효과’를 주요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보다도 합병으로 인한 장외기업의 코스닥시장 우회등록 효과 등에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사업과 무관하게 등록 프리미엄만을 노리거나 머니게임성 M&A가 나타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게다가 자금은 없으면서 사채 등으로 경영이 탄탄한 기업을 인수해 경영권을 장악한 후 회사에서 깨끗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빼내 인수 대금을 갚은 사례도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우리가 지금 일고 있는 M&A 바람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우려를 없앨 수 있도록 주변여건을 보완해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객관적인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 기업가치 평가 방법과 전문가가 없다면 현재 추진중인 M&A도 부당 내부거래나 편법적인 상속, 시장교란 등으로 인한 폐해가 훨씬 커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IT기업의 가치는 기존의 자산, 수익, 시장 평가와는 다른 방식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M&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판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M&A 추진기업은 건전한 재무구조 구축이 중요한 목적이 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합병으로 인해 얼마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지부터 면밀하게 검토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와함께 적대적 M&A가 완전히 자유화되어있는 만큼 이에대해 방어할 수 있는 대책도 시급히 마련할 때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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