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통신 정액요금제 다시 화두로

`약`인가? `독`인가?…"단기간 고객확보 수단으로 활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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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신업계의 해묵은 논쟁거리인 정액요금제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KTF가 번호이동성제를 통해 ARPU(가입자당 매출액)가 높은 SK텔레콤의 고객을 끌어오겠다며 월 10만원짜리 음성통화 정액제를 내놓으면서 불을 지폈다.

 정액제는 ‘내는 돈보다 더 많이 써야 이득’이라는 심리로 인해 가입자에게 과소비를 부추기며, 통신업체들은 트래픽 증가에 따른 추가 설비투자로 수익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신세기통신이 97년 커플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했다가 수백억원의 손해를 봤고 SK텔레콤에 합병됐다.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KT가 정액제를 개선한 부분정액제로 바꾸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통신업체들이 쉽사리 정액제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가입자 유치용 당근=KT는 지난 2002년 9월 맞춤형 정액제라는 상품을 3개월간 한시적으로 판매한 적이 있다. 이동전화 가입자 급증으로 유선 전화 사용량이 급감하고 해지도 늘어나자 KT가 1년간 사용량을 토대로 가입자별로 월평균 통화량에 1000∼5000원을 추가로 내면 시내전화 또는 시외전화를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요금제를 당근으로 던졌다.

 반응은 성공적. 3개월 동안 전체 2100만 가입자 중 650만이 이 요금제로 전환했다. 물론 여기에는 이동전화로 거는 요금이나 국제전화 등 비싼 요금 항목이 빠졌다. 덕분에 KT는 급증하는 해지율을 줄이고 교환기 설비투자에 따른 회수율을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2000년대 초 인터넷전화사업자인 앳폰텔레콤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월 2만3100원에 시내, 시외, 이동전화를 모두 쓸 수 있는 정액요금제를 내놓았다. 요금산정은 KT가입자가 납입하는 월 평균요금이 8000원∼1만원인 것을 감안, 과금 단위시간(KT는 3분, 앳폰은 초)과 원가 비중(KT의 50%) 등의 요건을 종합해 책정했다. 당시 이 회사는 소비자가 월 4만원까지 써도 손해라고 판단했고 덕분에 신규 사업임에도 1만5000명이라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그러나 문제는 예상치 못한 데서 일어났다. 앳폰텔레콤의 가입자들은 예상과 달리 4만7000∼4만8000원 요금에 해당하는 통화를 한 것. 결국 1인당 7000∼8000원의 적자가 발생했으며 이 회사는 2002년 말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다. 시내, 시외망 이용시 내는 비싼 망 연동비에다 망을 종량제로 구입해 소비자에게 정액제로 팔면서 추가 사용시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KT가 음성통화 정액제를 3개월만 한시 판매한 것도 이러한 부작용을 미리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KT가 최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메가패스’에 부분정액제를 도입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 현재 월 3만원 정도의 정액제로 제공하는 ‘메가패스’의 사용자 중 상위 20%가 전체 트래픽의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소비자간 불균형 현상마저 벌어져서다. 더욱이 월 3만원이 아까운 소량 사용자들은 상대적으로 싼 하나로통신·케이블인터넷 등으로 빠져나갔다. KT는 나머지 다량 사용자들을 위해 설비를 늘리느라 이익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며 ‘부분정액제’를 검토중이다. 하지만 과금시스템 설치를 위한 추가투자비와 반대 여론에 행보가 조심스럽다.

 ◇치밀한 요금전략이 관건=결국 정액제는 단기간 고객 확보나 유지에 좋으나 장기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위험한 수단이라는 중론이다. 가입자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 여기에 무선주파수의 포화에 따른 전파자원 부족 문제, 유무선 상호접속료, 도소매 재판매 등으로 얽혀 있는 서비스사업자들간의 요금정산 등을 세세하게 따져보지 않고 도입했다간 적자의 수렁으로 빠지기 십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공정경쟁연구실의 김종진 연구원은 ‘통신서비스 요금제도 형태변화 전망(정보통신정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통신서비스업체가 채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액제와 종량제를 병행하는 형태로 바꾸는 추세”라며 “성패는 도소매를 얼마나 수직적으로 통합해 혁신적인 요금체계를 도입하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존 평균 요금을 놓고 예상 통화증가량까지 감안해 정액요금을 설정해도 그 수준을 넘거나 비슷한 경우에만 가입할 것”이라며 “특히 무선망은 전파자원의 부족이라는 기본적인 한계로 정액제가 단기 가입자 확보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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